모두가 아는 나의 학교 생활

생활공책 <맑은 샘> 上편

by 곽예지나

언어 규칙과 소리 규칙이 학급 안에서의 질서를 받치는 2가지 주요 기둥이라면, 가정과의 연계 교육의 측면에서도 이와 같은 양대 산맥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날마다 쓰는 생활 공책이다. 나의 학급 경영 스킬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고, 교직 생활 4년 차부터 시작하여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이 생활 공책의 이름은 <맑은 샘>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하루 생활이 어땠는지 돌아보고, 동시에 가정과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생활 공책 안에 일년살이, 학급 준비물, 명언, 학급 규칙 등을 함께 수록해 놔서 두께가 꽤 두툼했다. 그러던 것을 매 해 운영하면서 조금씩 덜어내다 보니 지금 활용하고 있는 아주 단순한 형식만 남았다.


생활 공책에 체크하는 항목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 등교 : 아침에 8시 45분까지 교실에 입실

- 숙제 : 숙제를 기한 안에 제출했는지 여부

- 준비물 : 학습 준비물(필기도구, 색칠도구, 가위, 풀, 알림장 등)을 잘 갖추고 있는가

- 발표 : 하루에 내가 한 발표 횟수

- 급식 : 급식에서 남긴 반찬의 개수(다 먹으면 별표, 자율 반찬까지 다 먹으면 쌍별- 급식에서 모은 별은 매주 수요일마다 실시하는 로또 뽑기에 사용된다.)

- 수업 태도 : 수업 시작 전 책상 위에 필요한 물건을 갖추고 불필요한 물건은 정리했는지, 수업 중 집중하여 참여하는지, 선생님께 지적받았는지 여부

- 생활 태도 : 수업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서 학급 규칙 준수 여부(소리 크기, 통행 시 질서, 줄 서기, 교우 관계, 금지어 사용 등)

- 독서 : 하루 중 1분이라도 책을 읽었는지의 여부


모든 항목을 준수하게 잘 지키면 O 표시를 하고, 교사에게 지도받은 일이 있으면 / 표시를 한다. 이것을 나는 ‘산성비’라고 부르는데, 어쨌든 벌점을 주는 부정적인 효과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이다. “<맑은 샘>(생활 공책의 이름)에 X 표시하세요.” 보다 “<맑은 샘>에 산성비 표시하세요.”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좀 덜 부담스럽다.

자신만의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서 <맑은 샘>을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한 주 동안 열심히 작성한 <맑은 샘>은 금요일에 하교하면서 집으로 갖고 간다. 늘 고정적으로 내주는 주말 숙제는 가정에서 학부모님과 함께 <맑은 샘>을 살펴보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가 한눈에 보이니, 내가 각 가정에 별도의 연락을 드려 세세하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며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고, 그 밑에는 부모님 말씀을 적는다. 월요일에 학교에 제출하면 교사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선생님 말씀을 적어서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안내하겠다.


일주일에 한 번 살펴보는 <맑은 샘>으로 학교 생활에 대한 상대적인 결괏값을 알 수 있다면, 방학을 앞두고는 한 학기를 결산하며 절대적인 결괏값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 항목 당 아이들이 받은 산성비의 개수를 합치고 전체 인원수로 나누어 평균값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평균값과 자신의 산성비 개수를 다시 비교하게 한다. 평소에 지각을 자주 하거나, 생활 태도에서 지속적으로 산성비를 받은 아이들이 평균값을 넘는 자신의 산성비 개수를 보고 뜨끔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내가 산성비를 많이 받은 것 같다.’라는 모호한 느낌이 아니라, 숫자가 보여주는 객관적이고 냉혹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학 때 이 표를 걷어놨다가 2학기 첫날에 나눠주며 <맑은 샘>에 붙이게 했다. “2학기 목표는 ‘1학기 때 받은 산성비보다 최소한 1개라도 줄이자’입니다.”라는 당부를 덧붙이면서. 그런데 2학기는 1학기보다 수업 일수가 적어서 무조건 줄어들긴 할 것이다. 다음에는 총주수까지 고려하여 최종값을 산출해야 하려나?


다음은 교실에서 생활 공책을 활용할 때 주의해야 점 몇 가지이다.


첫째, <맑은 샘>은 날마다 검사해야 한다. 교사가 검사를 게을리하면 아이들도 기록하는 것을 소홀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항목에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기억이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산성비는 자기 평가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체크리스트겠지만, 아이들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보기에는 아주 모범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에 차지 않아서 산성비를 표시하거나, 산성비를 하루에 3~4개 정도 받을만한데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여 동그라미로 생활 공책을 채우는 경우가 생긴다. 상대 평가의 혼선을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랄까?


둘째, 첫 번째 항목과 연계되는 내용이다. 교사도 아이들의 물방울과 산성비 상태를 기입할 수 있는 별도의 차트가 필요하다. 한 학생에게 산성비를 주면서 교사의 차트에도 동일하게 적어 놓고, 나중에 <맑은 샘>을 검사할 시간에 서로의 기록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아이들은 꼭 자신의 잘못을 희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단순히 적는 것을 깜빡해서 산성비 받은 것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꽤 빈번하다. 만약 빠트린 부분이 있으면 콕 짚어주며 다시 기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선생님께서는 <맑은 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적어야 할 내용을 빠트리는 실수가 점점 적어진다.

일주일동안의 내역이 한 눈에 보이도록 만든 교사의 점검 차트

셋째, <맑은 샘>에 산성비를 표시할 때에는 간략하게라도 산성비를 받은 이유에 대해 적게 한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보게 되면 산성비를 받은 기록만 남아있고, 어떤 부분에서 약속을 어겼는지는 기억은 깜깜해지기 때문이다. 각 항목 중 어디에서 반복적으로 산성비를 받게 되는지, 받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지가 파악되어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가정에서도 <맑은 샘에> 그냥 산성비 표시만 되어 있을 때는 단순히 일주일에 산성비를 몇 개 받았는지 숫자만 계산하고 끝날 수 있는데, 이유가 써져 있으면 왜 여기서 산성비를 받게 되었는지 아이들과 한번 더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학생들이 적다가 빠트린 부분이 있으면 검사할 때 교사가 이렇게 덧붙여서 적어주기도 한다.

넷째, 아이들이 교실의 규칙을 어겼을 때 받는 산성비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 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가끔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지각을 했을 때 “에이, 그냥 산성비 받지 뭐.”라는 멘트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는 이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산성비는 그냥 자신의 하루 생활에 대한 하나의 표시에 불과하다. 진짜 책임을 지는 것은 ‘내가 이런 행동을 하여 만들어지는 나 자신의 이미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짝이가 복도에서 뛰는 행동으로 지속적으로 산성비를 받아왔는데, 어느 날 다른 친구가 “선생님, 반짝이가 복도에서 또 뛰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실제로 반짝이는 뛰었을 수도 있고, 뛰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의 일방적인 말로 산성비를 주지는 않지만 반짝이에게 꼭 말한다. “반짝아, 네가 지금까지 복도에서 뛰었던 무수한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네가 뛰었다고 하면 선생님은 실제로 네가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믿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선생님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실 누구의 책임일까?” 이렇게 질문하면 (이 질문의 뜻을 이해하는 고학년의 경우) 모두 다 “제 책임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특정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데 아니라고 잡아떼는 것이나, 99번 잘못했지만 1번 잘못하지 않은 것을 교사가 잘못 지적했을 때 따져 묻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섯 번째, 학생들에게 산성비를 줄 때에는 그저 그 순간을 지적하고 간단하게 “산성비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넘어간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 경우나 다른 친구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래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 교사의 훈육과 ‘화’라는 감정이 아이들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성비를 받은 자체도 싫은데 여기에 교사의 지도(라고 쓰고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받아들임)까지 더해지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부정적인 감정만 앞서게 되어 오히려 문제 해결에서 멀어질 수 있다.

다만 같은 항목에서 연이어 산성비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반짝아, 지금 등교에서 3일 연속으로 산성비를 받고 있어. 내일은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서 지각하지 않도록 하자.”하며 선생님이 인지하고 있고 신경 쓰고 있음을 반드시 알린다.


사실 아이들이 산성비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평화반 안에서 간소하게 통용되는 ‘믿음 열매’라는 화폐가 있는데, 산성비를 받게 되면 믿음 열매 2개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믿음 열매와 관련된 이야기는 <맑은 샘> 관련 글이 마무리되면 이어서 작성하기로 하겠다.

이전 04화청각 예민 교사의 소리 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