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반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은 크게 적극적 도움과 소극적 도움으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 도움은 문제 학생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적절한 양과 강도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 도움을 주는 학생이 많으면 문제 행동이 좀 더 빨리 개선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을 주변 친구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것은 반 친구들의 소극적 도움이다.
소극적 도움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하나, 주변 친구들의 적당한 무관심이다. 문제 학생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지나치게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나는 보통 이런 학생을 ‘도파민 사냥꾼’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학생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을 하실 때, 일부러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우스운 행동을 해서 수업 분위기를 깨트리고 주변 친구들의 관심을 획득한다. 친구들의 웃음이나 “야, 수업 시간에 그런 말 하면 안 돼.”라는 제제조차 이 학생에게는 관심으로 받아들여지므로 해당 행동은 점점 강화된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잘못된 종류의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경우에, 나는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대신 주변 친구들을 단속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친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적절한 것이 아닐 때는 반응을 보여주지 마세요. 좋은 일을 할 때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게 친구를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강화를 없애야 해당 행동이 최대한 빨리 소거될 수 있다.
관심 획득이 아닌 다른 목적에서라도 적당한 무관심은 도움이 된다. 문제 학생의 행동에 주변 학생들의 커다란 반응은 문제 학생으로 하여금 ‘나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구나.’ 하는 왜곡된 우월감을 형성시킨다.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학급 내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것은 문제다. 이 상황이 극대화되면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주변 학생들의 무관심은 교실 안에서 어떤 행동이 받아들여지고, 어떤 행동이 환영받지 않는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 행동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타인을 해치거나 위협하는 행동, 공동체의 안전을 흔드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반응해야 하며, 이러한 지점에서 교사의 개입과 지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 문제 학생의 개별 지도에 대한 인정이다. 첫 번째 항목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문제 학생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음을 다른 아이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특정한 문제 행동이나, 교사의 문제 행동 개별 지도를 모두 포함한다.
그 나이 또래들보다 좀 더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부터 착석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그 학생에 한해서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급식을 먹고 난 뒤 우리 반은 양치를 하고 곧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 학생만 밖에서 산책을 하고 올 수 있도록 허락했다. 잠시라도 바람을 쐬고 온 날과 그렇지 않은 날, 급식 이후에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교사의 개별 지도가 다른 친구들의 눈에는 혜택처럼 비칠 수 있으며, 자기들은 같은 권리를 갖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학기 초반에 나머지 반 친구들에게 반드시 안내를 해야 한다.
“별이는 우리 반의 규칙을 지키는 게 너희들보다 어려워. 수학 점수가 90점인 친구는 100점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지금 10점인 친구에게 당장 100점을 받으라고 하면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 별이의 규칙 점수는 현재는 10점이야. 그래서 우리가 더 기다려주고 이해해줘야 해. 이건 차별이 아니야. 선생님과 별이와의 특별 약속은 별이를 도와주는 방법이야. 그러니까 별이가 하는 것을 똑같이 하려고 해선 안 돼. 그리고 별이가 잘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따라 하면 선생님은 너희를 더 엄하게 지도할 거야. 다 같이 규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지, 다 같이 규칙을 어기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되니까.”
한 가지 주의 사항은 해당 학생과 학부모님께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런 안내를 하겠다고 사전에 이야기를 한 뒤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낙인찍기 위함이 아니라 교실에서 더 수월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교사가 특정 학생에 대한 부족한 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요즘은 교사의 호의조차 왜곡되어 해석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이런 절차를 더욱 신중하게 밟고 있다.
일곱째, 문제 학생에게 투자하는 시간은 그 한 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반 전체를 위한 선택임을 기억한다. 문제 학생에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문제 행동 이후의 상담, 행동 계약 이행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 일과 중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허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별이만 보다가 시간이 다 갔네. 교실의 약속을 잘 지켜주는 고마운 애들한테는 말 한마디 못 걸어보고. 이건 너무 역차별 아닐까?’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런 고민들을 해보셨을 것이다. 문제 행동을 일삼는 아이가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는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 나는 학급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를 다시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집단 안에는 언제나 튀는 학생이 존재한다. 그 학생의 행동과 말은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문제 학생이 교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문제 행동도 고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친구들 모두에게 부담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특히 갈등의 직접적인 대상자가 되었을 경우 그 영향은 더욱 커진다.
그러므로 교사가 자신의 시간을 한 명의 학생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역차별이 아니다. 문제 학생이 최대한 빨리 교실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반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지금 공들이고 있는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