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미래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by 곽예지나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을 취소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단편 소설을 읽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잠깐 한 편만 읽어보자는 전략은 매우 유효했다. 앞 뒤 내용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줄거리의 합리성을 따지기보다는 그 순간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짧은 숙고이긴 했지만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쨌든 징하게 책을 읽기 싫었던 이 시기에 그나마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게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


물론 김연수 작가의 글이었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을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다르고, 좋아하는 이유도 다를 텐데, 나는 김연수 작가의 글이 정말 좋다. 허무하지 않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읽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지는 책들이 더러 있는데, 김연수 작가의 글은 읽고 나면 밥 한 끼 먹은 것처럼 든든한 느낌이다. 비관을 이야기해도 그 안에 희망의 불씨를 몰래몰래 숨겨 놓는다.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여길 수 있는 아주 예쁜 색안경을 끼워준다. 어차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잠깐 긍정 모드의 왜곡을 끼워준다고 해서 그게 죄는 아닐 것이다.

과거에서 현재를 찾지 말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말. 20년 후의, 30년 후의 나를 떠올리며, 그때의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의 나에게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나는 내가 충만해야 그다음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다. 이 평범한 날들이 모여서 가장 평범한 미래의 날이 될 테니까. 너무 평범하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한 그날이.


매거진의 이전글내게는 버거운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