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목요일
am 5:45
으악 피곤해. 몸이 아주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다. 원래 오늘은 달리기 하는 날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있다. 가뜩이나 컨디션도 안 좋은데 통증까지 무시하고 달리면 그다음 일은 안 봐도 뻔하다. 달릴 기운도 없지만, 달리고 싶어도 오늘은 좀 참는 게 좋겠다. 원래 이런 컨디션, 이런 기분일 때 달리고 오면 온몸에 활력이 돌고 정신력이 충전되는 건데. 그리고 이것에 중독되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결과 지난 시간 동안 계속 부상의 영광을 누려왔었지.
몸만 뻣뻣한 게 아니라 머릿속까지 뻣뻣해졌는지 오늘은 일기도 도통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이 문장을 쓰기 전에 3문단 정도를 꾸역꾸역 썼는데, ‘난 지금 이런 말을 쓰고 싶은 게 아닌데? 뭔가를 가장하는 느낌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 지워버렸다. 그랬더니 쓰기 시작한 지 22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2문단에 머물러있다. 평소라면 이미 한 편을 거의 다 썼을 시간이다.
어제 3일을 별러왔던 엽기떡볶이를 드디어 시켜 먹었다. 사실 그쯤 되니 ‘떡볶이가 먹고 싶다.’가 아니라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로 핵심 문장이 바뀌어 있었다. 이걸 먹지 않으면 떡볶이로 인한 번민이 끝나지 않을 것 이고, 나는 계속 떡볶이를 먹어 말아 이 생각만 하고 있을 테니까. 나름 몸 생각해서 먹는다며 한 통을 3개로 소분하고, 양배추 팍팍 넣어서 구운 달걀이랑 같이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소화 시킬 겸 산책하러 나가서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걸을 때의 기분은 행복했다. 그래, 행복이 별거니. 떡볶이 먹고 산책할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라고 했던 게 바로 어제의 감상이건만.
평상시 안 걷던 타이밍에 너무 많이 걸어서인지 오늘 아침에 다리가 뻣뻣하고 아프다. 그래서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제의 행복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떡볶이 먹지 말걸. 그러면 오랫동안 산책할 일도 없었을 테고 오늘 아침에 계획대로 달리기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자 또 스스로에 대해서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 짜증은 2가지 종류이다. 하나는 이 상황 자체에 대한 짜증. 이럴 거면 먹지를 말든가, 먹었으면 후회를 하지 말든가. 두 번째는 이 상황을 가지고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짜증. 아니, 이 일을 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은 마음.
그러니까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일기는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 일기를 브런치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차마 그 내용으로 쓸 수가 없었던 거다. 이렇게 별거 아닌 걸로 머릿속에서 지지고 볶는 하찮은 고민의 삶을 산다는 것을 다른 사람 앞에서 내보이기가 부끄러웠던 거다. 사실 브런치에 일기를 처음 쓸 때 나의 계획이나 다짐은, 이런 사소한 일상의 생각과 번민을 하는 사람들과의 공감을 위한 거였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 보고 싶어도, 공개되는 이상 일기는 온전히 일기의 역할을 해 낼 수는 없다. 그리고 난 그렇게 솔직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실.
아까 지워버린 3개의 문단을 쓸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머지 글을 채웠다. 역시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건 이런 내용이었군.
am 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