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름의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읽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올 때 권여선 작가의 소설인 줄 알고 골라 왔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문체가 뭔가 기억과는 달랐고, 다시 천천히 살펴보니 권.여.름.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름을 헷갈려서 일단 죄송합니다, 작가님.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름을 헷갈려서 빌려온 게 아주 좋은 실수였다고 해야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재밌다, 잘 썼다, 이거 괜찮네!” 하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원래 내 속도대로라면 하루만에도 다 읽어버렸을 분량과 재미였지만 적당하게 읽다가 멈추고 또 다음날을 기약했다. 아마 제목에서 이미 어떤 결말을 예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줄거리는 어렵지 않다. 한 문장의 길이도 간결하고 명쾌하다. 하지만 메시지는 묵직하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봉희가 운남의 실종 사건을 겪으며 다양하게 심리가 변화되는 과정이 아주 친절하게 그려져 있다. 약삭빠르거나 효율성을 따지며 지름길만 찾는 대신, 우직하게 자신의 속도로 답을 찾아나가는 봉희를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봉희가 사라져 버린 운남에게 애착을 가졌던 이유도 운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겠지.
이 책의 주요 빌런인 구유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평범한 인간 군상으로 구현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할 정도로 현실감 있었다. 정말 이런 사람 사회에서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라도 만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악의 화신보다, 뭐라고 꼬집기 애매하게 속을 뒤집어놓는 사람이 더 나쁜 것 같다.
<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는 마른 몸을 추구하는 사회와 현실의 갭을 메우지 못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삶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감량인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몸매인가? 여성의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당연히 유지해야 할 기본 과제로 넘어가 버리는 순간, 그 숙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존엄보다 먼저인 외형적인 이상향의 기준이 냉정하고 혹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