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고
정말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의 기행이 아름답게 포장된 소설.
처음에 알리사가 제롬의 구애를 거절했을 때, 쥘리에트(알리사의 여동생)의 제롬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크고 공고하여 차마 제롬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삼각관계가 소설의 전체에 걸쳐 갈등을 조장하는 주요 소재인가? 했었지만, 땡! 아니었고요. 쥘리에트는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해서 5남매 낳고 잘 먹고 잘 살았을 뿐이고요.
그래서 그다음으로 의심했던 것은, ‘알리사가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예감하고 일부러 제롬을 떨치려고 하나보다.’였다. 그리고 소설의 막바지에서 알리사가 숨을 거두었을 때, ‘역시 뭔가 불치병을 앓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땡! 그것도 아니었고요. 알리사는 그냥 극한의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것뿐이었다.
아니?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신비하고 영적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제롬을 그 세계로 이끌기 올리기 위해 현실 세계의 만족과 행복과 쾌락을 결단코 거절해야 한다니.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야?
이것을 종교를 위한 헌신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거창하다. 내가 봤을 때 알리사는 단지 제롬과 실제로 맺어지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의 결말을 외면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기대와 달리 꿈같은 나날들이 펼쳐지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앙이라는 숭고함에 어머니의 자유분방함과 외도로 인한 트라우마를 잘 범벅하여 보기 좋게 빚어놨을 뿐.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며 죽어갔을 알리사를 위해서라도 신이 꼬옥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