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보다 중요한 것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by 곽예지나

am 6:05


만약에 바이러스에게 자신의 개체를 훌륭히 퍼트린 것에 대한 공로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번 수상자는 유림이가 될 것 같다. 일단 유림이가 아주 끙끙 앓았고, 그다음은 나, 유림이 활보 선생님께서도 저번 주말에 감기 때문에 병원을 다녀오셨다고 했다. 괜찮은 줄 알았던 린아가 “엄마,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온몸이 쑤셔요.”라고 한 것이 그저께인 화요일. 결국 어제 학교를 쉬게 되어 린아를 봐주시러 어머님이 오셨다. 그런데 어머님이 린아보다 감기가 더 심해 보이신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유림이를 봐주셨는데 혹시 어머님도?


“감기 걸린 사람들 둘이 집에서 잘 있을란다.” 하며 출근하는 나를 배웅해 주시는 어머님을 보니, 면목 없고 죄송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연로해지시는 어머님께 효도하지는 못할망정 맨날 이제 뭐지. 정말 어머님만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성당에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잔뜩 뒤섞어놓은 이 감정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실망인지, 후련함인지 알기 전까지는 갈 수 없다. '그' 사람들이 아직 성당에 남아있을 때까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무신론자에 신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내가 아무런 저항 없이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오로지 어머님 때문이었다. 유림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는 내가 양가 부모님께 불효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유림이를 신경 쓰느라 부모님들께 물심양면으로 마음이 덜 써지는 것 때문에 그랬고, 가끔 유림이를 돌보는 짐을 더해드려야 해서 그랬고, 자식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유림이를 키우며 괴로워하고 좌절하는 것에 마음이 아파하실까 봐 그랬다.


그래서 어머님이 “예지나, 유림이를 위해서라도 네가 성당에 나가서 세례를 받아라.”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한 번의 거절이나 숙고도 없이 “네, 어머님.”하고 대답했다. 그것이 어머님에게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였기 때문이다.

성당에 다니면서 가끔 어머님 지인들을 만나 “어유, 자기는 좋겠다. 며느리랑 성당에 오니 오죽 좋아.”라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어머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월에 유림이에게 영성체를 받게 하려는 시도가 무산되며 생긴 여러 가지 일들로, 나는 더 이상 성당에 나가고 있지 않다. 나도 힘들었지만, 어머님께서 그 갈등의 고리를 풀려고 중간에 애를 많이 쓰셨다.

“어머님, 저 이제 그만 할래요.”라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님은 한번만 더 생각해보라고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셨다. “그래, 예지나. 상처받게 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미리 좀 더 챙겨야 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셨을 뿐이다. 이렇게 불효의 죄가 하나 더해지는구나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예지나야, 사람은 실수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마라.”

하지만 아직 신은 믿어지지 않아서, 신을 믿는 사람들의 신앙심을 대신 믿어보려고 한 나에게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님은 나에게 유림이를 위해서 성당에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에 내가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면, 그 일련의 사건이 있고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유림이가 세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유림이를 위해 성당에 나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사실 내가 하는 기도가 유림이를 극적으로 바꿔놓을 거라고 기대한 적도 없다.


내가 성당에 갔던 이유는 오직 하나. 어머님을 위해서였고,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이유도 어머님일 것이다. 내게는 신앙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am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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