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3일 금요일
am 5:53
하루는 매 순간 치열하게 악착같이 보내는데 그 하루가 연달아 이어진 시간들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또 벌써 금요일이다. 뭐했지? 라고 돌아볼 겨를도 없이 빨리 감기를 돌려놓은 것 마냥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에 대한 체감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 맞는 거라고 했다. 시간의 상대성 어쩌고 하는 개념 때문인데, 같은 1초의 순간을 어린아이일수록 길게 느낀다고 한다. 초등학교의 6년은 가도 가도 끝이 안 나는 것 같지만, 나이 먹은 뒤의 6년은 6개월만큼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는 뜻이다.
꼭 과학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교의 6년은 한 해를 거칠 때마다 성장 모습이 눈에 띄게 다르지만, 성인은 6개월동안 하는 일이나 6년동안 하는 일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8살과 13살의 변화는 혁명적이지만, 40살과 45살의 변화는 단지 약간 더 늙었다는 것 뿐이니까.
아이들을 가르칠 때, 똑같은 말을 100번을 한다거나 똑같은 활동을 100번을 해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느끼는 것만큼 지루해하지 않을 것이다. 태엽에 고정된 듯 빙글빙글 돌아가는 같은 하루여도, 어제의 내가 오늘과 다르니까. 한 달 전하고는 또 다르니까. 반복 되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는 것은 어른인 나뿐이다. 이렇게 조급해 하다보면 꾹 눌러왔던 급한 성격이 드러나는데, 아이들 앞에서 부산스러운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까 다시 차분하게 천천히 하나씩 하자. 일기를 쓰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쫓기는 마음 때문에 얼른 끝내버리고 나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내가 먼저 결론까지 다 내줘버리려고 하지 말고.
기억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더라도 초등학교의 시절 전체를 매끄럽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드문 드문 임팩트 있었던 특별한 사건이나, 기억은 뚜렷하지 않지만 특정한 색깔, 소리, 분위기처럼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실수하거나 아쉬운 점이 생기면, 그게 자꾸 두고두고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지만 얼른 털어버리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은 기억도 못 할 일에 나 혼자 전전긍긍하지 말자고. 안 그러면 부정적인 감정이 내 자신감을 자꾸만 갉아먹어서, 아이들 앞에 설 때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늦추기 위해 심호흡을 하면서.
그러니까 저번 국어 시간에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낱말을 잘못 알려준 실수는 이제 그만 연연해. 어제 사회 역할극 하기 전에 제대로 된 디렉을 해주지 않아서 아이들이 특정 주제에 몰린 것도 그럴 수도 있지. 여자 아이들끼리 무리 지어서 귓속말 하는 건 물론 너무 거슬리겠지만, 또래 관계나 성장 과정을 아예 없앨 수는 없어. 그 애가 작은 일에도 계속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올해 당장 고치기 어려워, 그 애가 더 성숙해야 나아질 일이야.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잘해내고 싶다.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고 싶다. 마치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처럼, 태산같이 든든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잘 해냈을 때 나는 그저 ‘이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못 해냈을 때는 모든 책임을 끌어안고 좌절감과 죄책감에 깊이 빠진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 이 과업들은, 남는 것도 없이 마음만 닳아가는 손해 보는 장사 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자꾸만 눈에 콕 들어오는 것들을 못 본척 할 수도 없다. 그걸 못 본척 하는게 마음이 더 괴로우니까.
내 성격에 교사라는 직업이 잘 맞는 건지, 너무 안 맞는 건지 가끔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100의 아이들을 만족시키고 100의 사랑을 받으려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고군분투를 하러 출근해야겠다.
am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