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대는 자갈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by 곽예지나

am 6:21


브런치북의 마지막 목차이다. 어느새 30개의 글을 썼다. 중간에 다른 매거진에도 쓴 글이 몇 개 있어서 정확히는 30개 이상의 글을 썼다고 봐야 하지만, 한 권의 브런치북을 완성하는 마지막 글은 아무튼 이것이다.

원래는 어제 아침에 작성했어야 하는 글을 오늘 아침에 쓴다. 소월당에서 술 먹고 새벽 2시에 잤다가, 잔 것도 안 잔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에서 8시에 눈을 뜬 피곤함 때문에 글을 못 쓴 것은 아니다. 집이 아닌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니 진득하게 집중할만한 상태가 못 되었다. 혹시나 유림이가 갑자기 집 밖으로 나가버릴까봐 눈을 뗄 틈 없이 감시해야 해서 그런 것도 있다. 우리집은 안에서 잠금 장치가 되어 있지만, 다른 집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소월당’은 벌교에 있는 선배네 집이다. 경치 좋고 분위기도 편안한 시골 동네 한 가운데에 있다. 주로 도시권에서 살던 선배가 결혼한 뒤 가족들과 벌교의 촌으로 들어가서 산다고 했을 때, 다들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동네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뒤이어 ‘선배의 호기로운 모습은 그렇다치고 와이프의 심중은 과연?’ 하는 생각이 보통 두 번째로 이어져 나오곤 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의 과정을 거쳤던 사람이지만, 지금 그런 의심은 머릿속에서 진즉에 사라진 지 오래다. 마치 그 집은 애초에 선배네 가족들을 위해서 지어진 것 것처럼. 바로 옆의 낡고 오래된 집터까지 사들여 영토를 확장한 소월당은 굳건하다.


소월당에 다녀오면 마음 한구석의 특정 영역이 충전된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좋은 집이 주는 에너지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아무튼 30편째 글은 좀 특별한 내용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다보니 하루가 밀렸다. 그런데 쓰고 보니 이 글도 다른 29개의 글과 비슷한 자작자작한 글이 되었다. 바닷가의 모래사장 옆을 채운 동글납작한 자갈들이 잔뜩 모여있는 듯한. 그 중에서 하나쯤 쓱 가져가도 티가 하나도 안 나는, 이게 이 모양이고 저게 그 모양인 돌 같은 글들.

물에서 건져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하나같이 이쁘다. 작고 평범한 색깔에 다 비슷하게 생겼어도, 보드랍고 자연의 온기가 남아 있는 돌.


내가 들여다보는 내 글도 그렇다. 특출난 건 없어도, 이 글이나 저 글이나 다 비슷한 것 같아도, 그래도 내 눈에는 다 예쁘고 소중하다.

내 마음속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조잘조잘 소리내던 글들이 어쩌다보니 떠밀려서 여기까지 올라왔고, 그것들을 한 군데 소중하게 모아서 이 공간에 실어두었다.

am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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