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1일 토요일
am 6:10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눈 뜨자마자 일기를 쓴다. 여기는 부산 기장. 이번 주말에 어딘가 여행을 갔다 와야겠다고 급 결정한 것이 수요일. 부산을 갈까, 공주-부여권을 갈까, 대전을 갈까 고민했는데 괜찮은 숙소가 남아있는 곳이 부산뿐이었다. 1년 전 겨울에 부산에 갔을 때도 지금의 오시리아 숙소 단지에서 묵었는데, 그때 기억이 상당히 좋았었다.
예전에는 숙소에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불편한 곳에서 돈 주고 자느니 그냥 집이 낫겠다는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예산 기준을 만족하는 숙소를 찾아내야만 숙박을 겸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돈이 차고 넘쳐서 럭셔리한 숙소만 골라서 다닐 수 있다면 이런 재미없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
오후 늦게 출발해서 9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짐을 푸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숙소의 호스트인가? 했는데 아랫집 사람이란다.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서 올라왔다고. 남편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어리둥절했다. 유림이가 여기저기 신나서 돌아다니긴 했지만, 숙소에 들어온 지 아직 15분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인터폰을 끊었다. 숙박시설로 이용되며 사람들이 계속 바뀌는 윗집. 우리처럼 늦은 시간에 체크인하는 팀들이 종종 있을 테니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곧바로 윗집 초인종을 누른 그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층간소음을 야기했던 당사자들이 아니다. 여기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랫집의 방문 이후 유림이에게 "유림아 뛰면 안 돼. 유림아 살살 움직여. 유림아 방에 들어가." 하다 보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랫집에 피해는 주고 싶지 않고, 하지만 유림이를 100% 제지하기는 불가능하고, 숙박비를 지불하며 쉬려고 온 곳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둘째날도 롯데월드 갔다가 밤 8시 넘어서야 들어올 텐데, 시끄럽다고 또 올라오시면 어떻게 하지? 그럼 아침에 소리 나는 건 괜찮은가?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도 될까?
밤에 잠도 좀 설쳤는데, 긴장 때문에 벌써 피곤함이 엄습한 여행 2일 차 아침. 거실에 나와있는 유림이를 보니 뭔가 푸석푸석한 것이 밤에 잠을 하나도 안 잔 듯한 얼굴이다. 너도 잘 못 잤니? 나처럼 걱정하느라 못 잔 건 아니겠지만. 이따가 유림이랑 같은 방에서 잔 남편이 깨면 물어봐야겠다.
이번 여행... 잘 지낼 수 있겠지....?
am 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