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일 월요일
pm 9:04
6월이라는 숫자가 생소하네. 또 언제 6월까지 흘러왔지. 3월 새 학기를 시작하며 마음의 각오를 다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5월까지는 분명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었는데 6월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다 보면 또 금세 2026년으로 바뀌어 있겠지. 초조한 한편 허무함과 허탈함도 동시에 밀려들어온다. 세월의 흐름이라는 것이 숫자의 구간으로 명확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산 친구가 준 태종대 주조장의 막걸리를 싹싹 비우고, 술 김에 집에 있는 과자를 다 털어 먹은 뒤 한껏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일기를 쓴다. 아침에 쓰지 못한 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려있다. 아직 영어 단어를 못 외워서 일기 쓰고 나서 외울 계획이다. 술을 마셔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음, 아니다. 반쯤은 거짓말이다. 이렇게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아마 영어 단어 외우는 것도 유야무야 내일로 미뤘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철두철미한 인간은 아니다.
부산 셋째 날 여행기와 봉하마을 갔던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부산에서는 해운대도 광안리도 아닌 송정해수욕장을 들른다. 숙소인 기장과 가깝기도 하고 소박하고 조용한 해수욕장의 느낌 때문이다. 상업적이지 않고 약간 촌티 나는 그 느낌이 좋다.
발만 담그자고 계획하고 갔지만 역시나 유림이는 온몸이 흠뻑 젖었다. 바닷가에 간 유림이를 제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유림아, 발만 담글 거야. 절대 젖으면 안 돼.” 하고 엄포를 놓곤 한다.
봉하마을은 언제쯤 가면 눈물이 안 날까. 원래 2주 전에 갔어야 할 봉하마을. 우리 집을 흔든 바이러스 이슈로 못 가게 되는 줄 알았지만 기어코 가고 말았다. 매년 가는 것은 어렵지만 2년에 한 번은 가야지 다짐한다.
2010년. 처음 봉하마을을 갔던 그때는 남자친구이던 남편이랑 같이 시외버스 타고 굽이 굽이 찾아갔었다. 별 것 없이 드문드문한 공터의 허허벌판에 마음이 심란해지는 살풍경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닌가? 풍경이 살풍경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랬던가.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하염없이 울고 또 울기만 했던 그날. 솔직히 지금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내가 그 분을 잃은 상실의 슬픔을 도대체 왜 이렇게나 깊고 뾰족하게 느끼는지. 어쨌든 분명하게 남은 후회 한가지는 안다. 살아계실 때 진작에 왔었어야 했다고.
나이를 먹어간다. 젊은 청년이던 내가 40대가 되어가고, 불의를 보고 분노하던 내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나이. 예전 같았으면 몇 날 며칠 잠 못 이뤘을 일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세상에 닳고 둥글어진 나이. 내 코가 석자라서 다른 것을 외면하는 나이. 인생에서 지킬 것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자꾸 몸을 사리게 되는 나이.
정신연령은 아직 20대의 철없던 시절에 머물러있다지만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거의 잔재만 찾아다니는 꼰대 같은 나이가 되어간다.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 한 몫 야무지게 하겠다고 2009년의 그날 분명히 다짐했었는데.
pm 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