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의 효과

2025년 6월 9일 월요일

by 곽예지나

am 6:49


새 아침이 밝았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하늘이 무척 꾸리꾸리해서 ‘이제 여름방학 전까지 보너스 휴일은 없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받는 느낌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나에게는 여러모로 마이너스 효과이다. 일단 비 오는 날 달리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좌절 요인이었는데, 요즘에는 장경인대 이슈로 달리기는 고사하고 운동도 잘 못하고 있으니 패스.

햇빛을 오랫동안 못 보면 사람이 좀 우울해지는 인류 공통 해당사항은 그렇다 치고, 습도가 높아서 같은 소리가 더욱 시끄럽게 들리는 것도 문제다. 소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에서 근무하는 환경인데 돌발성 난청 이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돌발성 난청이 온 이유가 근무환경 때문이긴 하지. 아무튼 소중한 내 청력 보호를 위해 쉬는 시간과 급식실에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어젯밤에 <그릿> 독서 후기를 다 쓰고 자서 다행이다. 한 편의 글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속에서 느끼는 그 엄청난 저항감이 있다. 나는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면 무조건 끝을 봐야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써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이 도서관 책 반납일이라 어제 반드시 써야 했다.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며 썼다. 쓰라고 강요한 사람 아무도 없는데도.

독서 감상을 쓰기로 한 것은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예전에도 책은 즐겨 읽었는데, 읽고 나면 끝이다 보니 크게 남는 게 없었다. 3권에 한 번 꼴로 독서 기록을 해보다가 필사를 병행했더니 효과가 꽤 괜찮았다. 한 권의 책에 공들인 시간이 있다 보니 독후 기록까지 작성해서 제대로 마무리를 짓고 싶은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풋도 중요하지만 인풋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아웃풋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도 실감하게 되었다.


올해는 문학과 비문학 서적을 병렬 독서하는 중인데, 같은 분류인 경우에는 반드시 그전에 읽은 책의 독서 감상을 써야 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제한점을 두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도 섞이고, 책에서 받는 느낌이나 감상들도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의 감상을 쓰는 것은 아니다. 아주 적은 확률로 너무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책을 덮게 되는 때도 있는데, 이 때는 남는 것도 건질 것도 없으므로 쓰지 않는다. 읽으면서 화가 나는 책은 뭐 할 말이라도 있는데, 재미없는 책은 읽는 자체가 시간 낭비이다.


어젯밤에 누워서 하루를 돌아보다가, 쓰기 싫은 유혹을 꺾고 결국 독서 후기를 써낸 나 자신이 기특해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좀 해줬다. 이런 작은 일들에서 얻은 성취감이 모여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은 마음에 아주 튼튼한 갑옷을 입히거나 방패를 대어준 것과 같다. 특히 나처럼 확신하기보다 회의하는 타입인 사람에게는 이런 ‘자뻑’의 기회 자체가 많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부둥부둥 어르며 찬사의 말을 한가득 뿌려주는 것만큼 나를 예뻐해줘야 한다.


이번 주는 휴일이 끝난 새로운 주인 데다가, 수요일에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어서 뭔가 마음속에 묵직한 부담이 있다.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제 읽었던 <그릿>의 자기 확언 문장의 힘을 좀 빌려 볼까?


침착하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다.


am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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