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화요일
am 6:06
자다가 깼을 때, 내가 침대의 끄트머리에서 몸을 모로 세우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무게 중심이 조금만 앞으로 쏠리면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로, 매트리스의 모서리와 나의 측면이 붙어 있는 형태라고나 할까? 무의식 상태의 내가 왜 굳이 이런 스릴을 즐기면서 자는지 의식 상태의 나는 알 수가 없다. 안 떨어지고 자는 게 용하다고 생각할 뿐.
사람의 수면 주기 중에서 꿈을 꿀 때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이 때 움직일 수 있다면 꿈의 내용을 실제로 재현하며 여러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꿈꾸는 주기에 진입하기 전에 신체가 일종의 긴장감을 느끼며 자기 위해서 이런 자세로 잠을 잔다는 건데? 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이해할 수가 없구만.
요 며칠 농번기 농부인 듯 새벽같이 일어나던 유림이가 오늘 아침에는 쿨쿨 잘 자고 있다. 그래, 3일 연속 새벽 5시 언저리 기상은 좀 심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지금처럼 5시 30분에 고정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반쯤은 유림이 때문(덕분?)이다. 원래 나는 완벽한 야행성이었다. "5시까지 깨어있을 수는 있어도, 5시에 일어나는 건 불가능해." 라고 말하던 타입. 보통 새벽 2시에 겨우 잠들어서 아침 8시 즈음에 일어나 오전을 흐리멍텅한 상태로 보냈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눈이 점점 또렷해지고 오밤중에 뇌가 가장 활성화되어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하지만 그 시간은 항상 우울함과 외로움, 또는 무기력이 함께였다.
이렇게 새벽에 겨우 잠들었는데, 유림이가 4시나 5시에 폴싹 일어나 버리면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일이었다. 자고 싶은데 못 자게 하는 것은 고문 중의 고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활개치고 다니려는 유림이를 방에 밀어넣고, 캄캄한 방에서 유림이 옆에 누워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다시 잠들리 없는 유림이가 팔짝팔짝 뛰어다니다가 나를 밟기도 하고, 방을 뛰쳐나가 냉장고를 뒤지거나 집안에 있는 온갖 물건을 꺼내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으면 정말 삶의 질이 이렇게 떨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괴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니, 뭔가 본질적인 것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그즈음에 운동을 막 시작했는데, 어쩌다 유림이 때문에 일찍 깨서 아침에 운동을 해보니까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은 착각에 기분이 좋았다. 소위 말하는 갓생 라이프랄까?
같은 일도 아침에 일어나서 하면 훨씬 효율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거나 연수를 받는 등의 머리 쓰는 활동들 모두.
무엇보다, 우울함을 깜빡하고 기절한 듯 잠들어 새아침이 되면 밤 사이에 리프레시 되어있는 것은 정말 멋진 효과였다. 원래 우울과 한 몸이던 나의 정체성이 살짝 옅어지긴 했지만, 살아가는데는 그게 나았다. 나는 언제나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때부터 밤에 자는 시간을 조금씩 당기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6시 30분에 일어나도 꼭두새벽 같더니, 그게 차츰차츰 6시, 5시 30분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아침을 정말 여유 있게 보내려면 4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긴 한데, 하루에 최소한 7시간을 자려면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서 포기했다. 나 빼고는 아무도 그 시간에 잘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갓생도 중요하지만,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니까.
유림이가 늘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한번 새벽같이 일어났을 때 어차피 나도 잠에서 깰 시간이라서 더 이상 그전만큼 괴롭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나 혼자 깨어있는 것에 비교하면 유림이를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아침의 경우 좀 억울하긴 했지만, 절대적인 스트레스 수치를 따지고 보면 몇 년 전의 올빼미 시절보다 지금의 새벽닭 라이프 스타일이 훨씬 마음에 든다.
유림이 때문에 잠을 설친 덕분에 평생 안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활 패턴을 좀 더 건강한 쪽으로 바꾸게 되었으니, 이건 우리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일인가?
am 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