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일의 평화

2025년 6월 12일 목요일

by 곽예지나

am 5:27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났다. 시원섭섭하다는 단어로 총평을 할 수 있겠다. 공개 수업을 앞두고 별로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는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사실 교사 입장에서 보자면 어제의 수업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공개 수업을 하면 버프를 받는 반이 있고, 오히려 평상시 실력 발휘가 안 되는 반이 있는데 우리 반은 후자 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반의 스타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간이 지나고 어제의 수업을 정리해 보니 되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찌 보면 기승전결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을 예감했기에 나도 덩달아 긴장했던 건지도 모른다.

학부모님과 상담할 때 자주 드리게 되는 말씀 중에 하나가 있다. 아이의 특징은 양날의 검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감 있게 발표하고 무엇이든 용기 있게 도전하는 학생들은, 마무리가 잘 안 되거나 덤벙대는 경향이 있다. 과제나 준비물을 꼼꼼하게 잘 챙기고 노트 정리를 일목요연하게 하는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발표하기를 꺼려하고 작은 실수에도 안절부절못한다.


보통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한다.

“저희 애는 왜 이렇게 물건 간수를 제대로 못 할까요? 숙제도 제가 말해줘야 겨우 한다니까요.” 혹은,

“저희 애는 긴장도가 너무 높아요. 알림장도 몇 번을 들여다보는지 모르겠어요. 안심을 시켜줘도 소용이 없어요.”

그러면 나는 아이의 장점을 말씀드리며 이렇게 답변드린다.

“그런 성격적 특징 덕분에 갖고 있는 아이의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장점만 얻고, 단점은 없애버리고 싶다고 하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인 거겠죠. 그래서 저와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가 가진 단점에 집중하기보다, 장점을 좀 더 발전시키고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일 거예요.”


공개 수업 때 실력 발휘가 안 되는 것은 평상시 우리 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신중하고 섬세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규칙 수용이 잘 된다. 자기 의견을 고집하거나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참는 아이들이다. 덕분에 친구들끼리 다툼이 거의 없고, 협력하여 모둠 활동을 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평소 학급 경영 때는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개 수업 때는 약간의 쇼맨십과 과감함이 필요하기에, 어제의 평화반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과제가 된 것이다.


1년에 한 번뿐인 공개 수업 때 실력 발휘 좀 잘 안 되면 어떠랴. 나머지 189일의 평화반은 더없이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줄텐데.


너무 긴장되어 다리까지 떨리고, 아무 생각도 안 나서 머릿 속이 캄캄했다고 말하던 귀염둥이들, 고생 많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제일 고생한 것 같으니까, 이번 주에는 조금만 쉬엄쉬엄할게?


am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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