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6일 월요일
am 7:00
잘 잤다. 너무 잘 자 버렸네.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에 7시가 거의 다 되어서 눈을 떴다는 것은, 그날 아침에 원래 했어야 하는 일은 하나도 못 한다는 뜻이다. 주말에도 겔겔 대느라 시간을 그냥 공중에 뿌려댄 것이 생각나서 그래도 최소한 하나는 하자, 생각하며 일기를 쓴다.
쌓아 올리는 것은 한참이고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어떤 습관의 성을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맘껏 뽐내다가, 조금씩 나태해지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돌의 잔해만 굴러다니는 맨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요즘도 그런 비슷한 상황의 재현을 주의하라는 경고 알람이 조금씩 들려온다. 작은 하나를 어기기 시작하면, 젠가를 할 때 맨 밑의 나무도막을 빼서 위에 올려두는 것처럼 일시적으로는 버티지만 점점 균형이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요즘 내가 약간 좀 그렇다.
최근 와르르 무너져 내린 성은 바로 책을 읽는 습관이다. 자투리 시간에 핸드폰이 아니라 책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올해 내가 가장 야심 차게 갈고닦았던 부분이었다. 출근하기 전 아침 먹을 때 비문학 계열의 책을 읽고(어쨌든 머리가 가장 빠릿빠릿할 때니까), 퇴근해서 저녁 준비하는 중간중간이나 설거지하기 전 차를 마실 때는 소설을 읽는 것이다. 핸드폰 대신 책을 읽는 게 힘들고 머리 아픈 일일 줄 알았는데, 처음 책장을 펼칠 때만 좀 어렵지 읽다 보면 오히려 머릿속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 몸이 쉬는 거랑 머리가 쉬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구나.’ 하는 깨달음까지 얻었었는데.
슬쩍 꺼내서 모른 척 버린 첫 번째 조각은 아침 먹으며 읽는 책이었다. 뭐 변명이야 여러 가지 댈 수 있지.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른 작가님들 글 읽고 라이크 눌러 줄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외우지 못한 영어 단어 공부도 해야 했고. 그렇게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기 시작했더니 어느 순간, 브런치도 영어단어도 아닌 그냥 아무 인터넷 페이지를 읽으며 예전처럼 아침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랬더니 짠,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뒤에 연이어 올 독서 타임도 사라지고 말았다는 사실. 식탁에서 책이 사라지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과거의 나로 돌아와 있더라. 습관을 쌓아 올리는 데는 5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1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다 무너져 내렸다고 해도 한번 쌓아본 기억이 있으면 그걸 다시 쌓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다시 쌓을 의지가 있다는 전제 하에. 이 일기를 쓰면서 의지는 충분히 불태운 것 같다. 자투리 시간에 책 읽기, 미루지 말고 당장 다시 시작! 오늘이 D+1이다.
am 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