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하기 위한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by 곽예지나

am 6:40


팽팽 놀면서 있는 대로 시간을 낭비할 때는 언제고, 5분이 아쉬워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남아도는 시간을 저장해 놨다가 부족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혹시 저장의 유효기간이 하루밖에 안 된다고 하면, 오후나 저녁의 한가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순간을 뚝 짤라서 오전에 붙여두고 싶다.


그런 초능력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 잠깐, 다음 학급 글쓰기 주제는 이걸로 해야겠다.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은?’ 그리고 예시글로는 저 내용을 써야지. 좋았어, 아이디어 마련 성공!


이것은 교사의 숙명이다. 뭔가 코딱지만큼이라도 유용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면 이것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기 계발서나 육아 서적을 읽을 때에도 당장 나와 내 자식들에게 써먹을 부분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을 메모한다. 박물관이나 명승지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나중에 사회 수업 할 때 보여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귀엽거나 재미있는 아이템을 발견하면 ‘이건 우리 반의 누구가 좋아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때때로 부모로서의 자아보다 교사로서의 자아가 우선인 나를 본다. 하지만 내가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이제 12년 차, 교사로서 살아온 것은 19년 차이다. 교사로 지냈던 시간이 부모가 된 시간보다 더 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간에 육아휴직으로 5년 쉬었긴 하지만 남편이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꾸준히 초등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와서 쉰 게 쉰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교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번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의 설득과 나의 성적에 맞춰 교대에 진학하고 4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도,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냥 공부하는 과정에 충실했을 뿐이다.

현장에 나와서 시행착오를 겪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며 매 년 고군분투하다 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다. 초등학교 교사만은 절대 적성이 아닐 것 같았고, 여럿이 있는 곳보다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다치는 소심한 내가 정확히 그 반대의 환경인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좀 신기한 일이다. 이제는 가끔 ‘어쩌면 초등학교 교사는 내 천직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하게 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고, 우리 아들이라는 변수 때문에 내가 계속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쨌든 내가 몰입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단지 나만의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 그러면서도 나를 키울 수 있는 성취감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그러니 기쁜 마음으로 이제 출, 출근 준비를...


am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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