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금요일
am 5:50
새벽마다 쓰는 일기 외에, 내가 날마다 쓰는 일기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건 바로 교실 일기이다. 보통 학급마다 소통 플랫폼이 하나씩은 있는데(알림장이나 학생들 사진 올리는 공간), 나는 그곳에 일기를 올린다. 그날 공부한 내용, 아이들과의 자잘한 에피소드, 하루를 보내며 느낀 생각이나 감상, 요즈음의 교실 분위기 등등.
가장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던 게 아마 2012년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앱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디카로 사진을 찍고 usb로 컴퓨터에 연결하여 사진을 업로드한 뒤 네이버 카페에 일기를 올리곤 했다. 그때하고 비교하니 지금은 참으로 편한 시절이긴 하네. 아무튼 그런 번거로운 수고를 해 가며 날마다 일기를 썼다. 당시는 겨우 6년 차 교사인 데다, 학년 및 영역 부장을 겸임하고 있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퇴근 시간을 미루면서도 어쨌든 써냈다.
5년의 육아휴직 후 다시 복직해서 학교에 적응할 때에는 일기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학교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내 상황이 너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복병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한 것도 한몫했다. 학교 생활과 집안일의 밸런스를 점차 잡아가면서, 이제는 한 해살이가 눈에 좀 들어온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2년 전부터 다시 교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교실 일기를 쓰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교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마음껏 떠벌릴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을 붙잡고 교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기 속에서는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오히려 읽는 입장에서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둘째, 하루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학급 운영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걱정과 불안은 때로는 정보의 부족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는 게 약이다.’와 ‘아는 것이 힘이다.’ 사이에서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들ㅡ 학생들 활동 사진을 올렸더니 "왜 우리 아이는 이것밖에 안 찍혔나요, 차별 아닌가요?" "왜 아이 표정이 이렇게 어둡죠? 아이의 감정을 좀 살펴주세요." "수업 시간에 이런 활동은 왜 한 거죠?" 등등의 민원 폭탄 이야기를 떠올리면, 넘치던 의욕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셋째, 교실에서의 하루를 작성하며 학급 운영을 돌아볼 수 있다. 어떤 점은 괜찮았고, 어떤 부분은 조금 더 고쳐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대부분은 좋은 일이나 즐거운 일 위주로 일기를 쓰지만, 전체적으로 아이들 분위기가 약간 들떠 있을 때 관련 내용을 일기에 써서 경각심을 높이기도 한다. 학생들도 자신의 모습이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일기로 올라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좀 더 성실하게 활동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쓰는 만큼 사랑이 생긴다. 아이들을 좀 더 관찰하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일기를 쓸만한 소재들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일기에는 평상시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 ‘사랑합니다’라는 단어를 날마다 사용하는데, 사랑한다고 계속 말하다 보면 정말 그 속에서 사랑이 생겨난다. 가끔 복장이 터질 것 같았던 날도 어쨌든 사랑한다며 끝맺음을 하고 나면 그냥 괜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6교시 수업이 끝나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일기를 쓰는 게 힘들 때도 있다. 수업 후에 곧바로 연수나 회의가 있을 때는 마감에 쫓기듯이 우다다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초조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밥 먹고 이 닦는 것만큼이나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안 쓰면 이상하고 서운하고 그렇다. 해마다 할 말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마 내가 퇴직하는 날까지 교실 일기는 완결 없이 계속될 것이다.
+덧붙임) 작가로서 교실 일기를 쓰는 것의 가장 큰 장점: 100% 확정된, 도중에 절대 구독 취소 할 리 없는 독자들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
am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