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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담 Jul 15. 2024

#1. 파마늘 풍미가 좋은 <가지나물>

그가 좋아했던 여름 나물

냉동실 문을 열고  마늘 한 줌을 꺼내와 다져준다. 주방 옆 다용도실에 있는 대파 한뿌리를 가져와 깨끗이 씻어 준 다음, 세로로 길쭉히 반으로 잘라 잘게 썰어준다.

집에서 가장 큰 웍을 꺼내어, 식용유를 넉넉히 둘러주고 들기름도 넉넉히 둘러준다.

미리 준비해 놓았던 다진 파, 마늘을 기름 둘러놓은 웍에 담아준다.


냉장고에 있던 가지봉지를 꺼낸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그와의 어쩌면 마지막 여행일지 모를 그날 사 온 가지이다.

그와 나는 주말이면 강원도로 짧은 여행을 떠나곤 했다.

지역 특산물 사는 걸 좋아했던 우린, 여행지에서도 잊지 않고 로컬마켓에 들리곤 했다.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 위주로 장을 보고,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을지 이야길 나누며 느릿하게 우리의 속도로 장을 보곤 했다. 보통 일주일치 식재료를 구매하고, 그 식재료가 없어질 일주일 후 또다시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그날도, 다른 날처럼 자주 가던 로컬마켓에 들려 채소와 소고기를 구매했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살짝 잠든 그에게 기대어 오늘 구매한 채소들로 맛있는 비빔밥을 해주겠다며 나직이 속삭였다.

함께 장을 보고, 장을 봐온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먹는 그를 보는 건 내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었다.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단 한 번도 음식투정이 없던 그였다.

그런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요리할 수 있었다.


초록으로 우거진 창밖은 싱그러웠고, 쏟아지는 빗방울을 막아주는 실내는 기분 좋게 서늘하고 조용했다.


냉장고에 있던 가지가 상하기 전에 뭐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평소 그가 좋아했던 가지나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웍에 가스불을 약하게 켜놓고, 가지를 씻어 반으로 갈라 어슷 썰기를 한다.

파마늘 기름이 만들어진 웍에 고춧가루 한 스푼 듬뿍 넣고 잘 볶아 준다.

간장도 넉넉히 부어주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썰어놓은 가지를 붓고 양념이 골고루 묻어나게 빠르게 볶아준다.

가지의 숨이 죽으면 가스불을 끄고 잔열이 골고루 퍼지게 기다려준다.


여름에 먹기 좋은, 가지나물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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