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시장경제라 불리는 시장이라는 경제 질서를 따라 사는 곳입니다. 그래서 시장이라는 경제 구조를 자본주의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시장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이 300년 전 본격적으로 자본주의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정착되었다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가격 곡선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왔다면 현재의 물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필요한 수요에 따라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상황이었다면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장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존재해 왔던 오랜 시스템이었습니다. 필요로 하는 재화를 구입하는 곳이었고, 자신의 재화를 팔기 위한 곳이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교환이 이뤄지던 곳이었으며, 삶의 터전이던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인해 그 개념을 자본주의라는 경제 용어에 넘겨준 곳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살기 위해서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곳, 그래서 사람살이의 애환과 정이 넘치던 곳이 시장이었습니다.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인만큼 각박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돕던 사람살이의 원형이 남은 곳이었습니다. 각자도생을 외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오랜 경험이 누적된 유일한 곳입니다.
누구나 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저마다의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기 여념이 없는 세상입니다. 착하고 바른 사람들이 제 욕심만 채우는 세상이 아닌데 세상은 이상하게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천억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엘리트들이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로 오랫동안 세상을 메웠음에도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더불어 잘사는 세상이라는 구호가 난무했지만 살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세상 대부분의 곳이 그렇습니다. 모두가 잘사는 세상, 더 나아지는 세상이라는 기준을 두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나 공정과 정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외치던 엘리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착한 척, 바른 척만 한 것은 아닐까 의심해볼 만합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었고, 부자 되는 비법들이 SNS를 채우면서 노동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들이 땀 흘려 살아가는 사람들을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들로 정의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에 몰리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쓸 돈이 모자란 상태인데 시장의 가격은 더 올라가고 있는 어려운 시국입니다. 각자도생이 이 어려운 시기의 정답일까요. 함께 살아오며 누적된 인류의 지혜가 각자도생일까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것에 대한 답은 더불어 살아왔던 오랜 경험이 누적된 시장에 있습니다. 필요한 재화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도왔던 시장의 오랜 경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라는 용어로 규정된 시장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삶을 이어주고, 지탱해 주었던 생활 용어 속의 그 오랜 시장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더불어 살아감을 체감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기능적 요인으로 그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장이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요인과 더불어 인류의 오랜 경험이 누적되어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함을 깨우쳐 주는 그런 시장 말입니다. 그래서 청도시장을 찾았습니다.
물과 사람이 맑은 시장, 청도시장은 사람살이의 지혜로움이 오랫동안 베인 곳입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기능적 의미보다 더불어 살아온 우르 선조들의 지혜를 생각해보는 것에 더 큰 정서적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청도는 물과 사람이 맑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입니다. 청도 지역의 시장은 조선시대 후반에 10곳에서 장이 설 정도로 크게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새로운 교통수단인 경부선이 청도를 지나면서 시장의 활력을 살아났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에도 풍각면의 풍각시장과 청도읍의 대성시장이 상권을 이끄는 가운데 9곳에서 장이 서던 곳이었습니다. 시장이라는 예스러움이 유지되고 있기에 옛 향수가 그리워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청도에는 청도시장을 비롯해 풍각5일장, 동곡5일장, 이서5일장 등 4곳에서 장이 서고 있습니다. 청도시장은 4, 9일에 장이 섭니다. 장날에는 옹기와 곡물, 건어물, 의류, 가축, 철물, 잡화, 채소, 과일 등 식재료와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청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나물과 약초, 과일 등을 사기 위해 부산과 대구 등에서 중간 상인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1990년대까지는 청도시장을 찾는 장꾼들이 3,000명을 헤아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그 당시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는 청도시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넷 거래가 성행하고,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필품을 구매하는 기능적 요인으로써 시장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도왔던 정서적 기능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함께 할 때 어려움을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이 시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운명 공동체인 시장을 함께 유지해 왔던 지혜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비,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의지하는 삶의 방식만이 이 외롭고 쓸쓸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시장주의를 논하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검증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론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욕심만 부리는데 어떻게 모두에게 이익인 사회가 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양극화로 경제가 어려우니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게으름 피우며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차 없이 질책하던 시장 공동체의 규율, 욕심이 과한 개인에게 따끔한 충고를 내던지던 시장 공동체의 정의로움, 서로 노력하며 돕는 삶을 지향하는 시장 공동체의 지혜를 통해 엄습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리 삶을 뒤덮고 있는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보자는 뜻입니다. 청도 시장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이어온 오랜 공동체의 지혜가 있습니다. 다른 모든 전통시장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