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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Jul 18. 2024

예술과 공통장

스쾃의 의미를 알게 되다.

  권범철 씨는 동대문 신발상가 B동 옥상낙원 파티(소모임)에서 만났다.

  박찬국 선생님의 주최로 몇 분이 모였는데 도시에서 공공예술에 고민이 큰 전문가들 틈에, 나는 기형적인 이력으로 참석한 이상한 게스트였을 것이다.


  첫 만남이 있은 얼마 뒤, 또 한 번의 봉홧불이 동대문에 올라와 터덜터덜 갔더니 멤버 몇 분이 바뀌었지만 권범철 씨를 또 만났다.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내 주제는 음식, 음악, 사진이었지만, 그분들은 도시와 공통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귀담아들으려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그분이 직접 썼다는 '예술과 공통장'이라는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하면서 또 한 번 눈이 커졌다.  

  공통장은 '사람들이 시장을 통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자원을 가리킨다.'라고 한다. 책의 내용에서 느낀 나의 생각을 보태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품앗이하듯 주고받는 것'이 공통장이라는 것 같았다. 공통장이 활성화되면 양적, 질적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니 예술가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그러기 위해선 서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장소가 필요한데, 주거비, 식비, 디지털 문명료를 내고는 살아야 하는 예술가들이 경제적 문제로 모이기 힘드니, 방법은 둘 중 하나로 말도 안 되게 싼 임대료가 가능하면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장소를(예. 문래예술공단, 재개발을 염두해 둔, 슬럼화가 심각한 건물) 찾거나, 아니면 프랑스에서 68 혁명 이후 시작된 '스쾃(도시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낡은 건물을 비 합법적으로 점거해서 사용) 운동'으로 주거와 창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자본이 점거하지 않은 사회적 공간에서 작동하는 공통장은 프랑스 68 혁명에서 -> 스쾃(알터나시옹) -> 오아시스 프로젝트(목동 예술인회관 점거, 예술 포장마차등) -> 랩39(문래예술공단)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집안에서 비임금 노동을 통해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을 생산했던 것처럼, 예술가의 비임금 노동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생산하는 도시정부의 기생 구조를 꼬집으며, 이후 도시정부가 스쾃활동 예술가의 발칙한 상상에 자금이라는 기름을 붓고 창조도시 -> 창의문화도시 전략(서울시) -> 서울시창작공간(문래예술공장)으로 확대하며 예술가를 사회적 공장의 노동자로 이해하고 그들에게 기생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이 밥 먹여주나? 예술이 꼭 필요한가?


라며 예술가 지원에는 인색하면서도 그들의 창작물을 베끼는데 서슴지 않는 사회는 그들은 창의적 발상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사람들 삶을 신선하고 풍요롭고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예술가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로 연상하고 그들의 창의적 결과물을 무상으로 착취하려는 시도와 기반을 지적하는 부분에선 나름 시원했다.  

  책은 과거에 있었던 스쾃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했고,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복잡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구입해서 읽어보면 레지던시를 꿈꾸는 작가들에게 큰 도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거비, 식비, 디지털 문명료가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예술가는 창작활동 때문에 정규직은 꿈도 못 꾸며 알바도 힘에 부친다.

  그럼에 있어 레지던시(Residency)는 예술가들이 예술 창작 공간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작품 활동과 국내외 예술 교류, 전시, 학술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데, 관에서 하는 레지던시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전부라 창의적 창작물을 더 많이 또는 일정하게 만들어 내거나 상주 작가들과 서로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현실과 조율하면 재밌는 일이 많을 수 있어 보였다.


  책을 읽고 나니 울 동네도 문래예술공단 같은 곳이 있어 공통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발칙한 상상이 올라왔다. 조만간 박찬국 선생님이 동대문에 봉화를 올린다고 하셨으니 이젠 책도 읽었겠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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