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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Aug 19. 2024

'월드 아르떼 페스티벌'을 카메라에 담다.

24년 8월 15일 ~17일 '정선 아라리촌'은 뜨거웠다.

  '월드뮤직'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면 ‘비서구 국가 지역의 음악’을 이야기한다. 비서구는 영미권 바깥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내 것 아니면 전부 허접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으니 이것은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매우 폭력적인 단어다.  

  하지만 그런 의미는 뒤로하고 대중과 소통을 위해 보통 쓰는 단어가 되기도 하였기에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한 '월드 아르떼 페스티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4년 8월 15일~17일, 강원도 정선 아라리촌에서 시끌벅적한 축제가 있었다. 23년에 충북 영동에서 태동한 ‘세계 전통예술 페스티벌’은 올해 그 의미를 확대해 2회를 만들면서 음악을 중심으로 세계 전통예술의 연대를 모색하기로 했다.

  문화는 역사에서 살펴보면 상위 문화가 하위 문화에 스며드는 형식으로 진화해 왔다. 국경이 있거나 공동체의 구분이 있다 하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다 내 것 보다 좋아 보이는 것을 접하게 되면 그 편리하고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것에 서서히 물들다, 조금씩 변형시키다, 독창적인 무엇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다.   

이 빠진 동그라미 / 활주로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버린 조각 찾아  

떼굴떼굴 길 떠나네

-중략-

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헐렁

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불퉁

이리저리 헤매누나

-중략-

냇물가에 쭈그리고 슬퍼하던 동그라미

애써 찾은 한 조각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떼굴떼굴 길 떠나네~ 길 떠나네~


오래된 노래가 생각났다. 활주로라는 팀은 송골매 배철수 아저씨가 대학 다닐 때 만든 팀인데, 생명은 유한한 것, 만나고 이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그것을 노래를 통해 이해하고는 새로운 인연이 다가옴에 감사하다, 여의치 않으면 헤어짐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산다.

  나는 많은 예술가들이 장르, 언어, 생활 습관을 넘어 자주 만나고 헤어지기를 원한다. 그래야 서로가 작품활동에 있어 자극도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을 텐데, 제일 큰 문제는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이다.

  '만날 가치가 있을까?'  


  "인류는 인간적인 연대와 유대를 통해 예술적 값어치를 넘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찾아왔으니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여러분들도 지향하는 예술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Artistic Director Sun-jae Clemente Min of the World Arte Festival 2024 월드아르떼페스티벌 예술감독 민선재.

  민선재 감독은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과 국방의무를 마치고 스페인 유학을 통해 스페니쉬 기타를 배우면서 아랍 음악의 정서까지 채득 한 다국어 능통자였고 월드뮤직에 대한 고민이 많아 만나면 대화가 흥미로왔다.

  그러나 축제 장소로 수도권에 적당한 장소가 있을까 이야기하다 번번이 능력 부족을 확인하고 시원한 결론을 만들지 못했는데, 최윤영 대표가 고구려밴드 이길영 대표를 만나며 급물살을 탔다.  

  밴드의 리더이자 '정선군립 아리랑예술단 예술감독'으로 지역에 봉사도 하는 그가 진짜 떼꾼 처럼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바람에 민감독의 기획력과 최대표의 추진력, 이대표의 파격적 지원이 딱 맞아떨어져 성대한 축제가 마무리되었다.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참가 인원도, 참가한 장르도 국적도 다양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조심스럽게 콜라보하며 서로를 이해했는데, 서로 간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시작하는 것 보니 조금 재밌게 표현하면 '인력시장' 같았다.     


  월드뮤직엑스포처럼 관에서 주선한 자리에선 나름 검증된 예술가들이 전 세계에서 날아온 아트 디랙터들 앞에서 쇼케이스 하며 소통하지만, 나는 그 실력이라는 것이 선행 학습과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것도 있으니 굳이 따지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로컬에서 활동한다고 월드 아티스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무튼 한 장소에서 저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것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니 나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내년엔 또 어떤 예술가가 함께 하려나 벌써 기대된다.

다르부카 리듬에 셰이크를 흔들며 콜라보하는 아기, 아기가 이 상황을 무의식에 저장했다면, 평생 음악을 즐기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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