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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도상(Master of Dance)
조선 마지막 권번의 춤을 잇다.
by
오리아빠
Dec 23. 2024
조선 마지막 권번의 춤을 익히고 있는 춤꾼들이 벌인 춤판.
'춤
,
도상(Master of Dance)' 이 춤기운 가득한 전문공연장
, 홍대 포스트극장에서 12월 6일, 7일 있었다.
사실 나는 춤을 잘 모른다. 감성근육을 키우기 위해 음악, 연극, 뮤지컬, 사진, 그림 같은 장르의 공연, 전시를 자주 접하며 문화생활 하지만, 제일 어려운 장르가 춤.
그랬는데 무용 평론하시는 장승헌 선생님이 직접 쓰신 '시간의 지문, 몸의 기억'이라는 책을 선물 받아 읽고 나선, 우리 음악을 몰라 구한말 판소리를 복각한 음반으로 찾아 듣던 과거 20대 나처럼, 50이 넘어 춤도 관심을 두고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장승헌 선생님 사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기 좋은 '호두까기 인형'이 난무하는 시절에 관람 오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검무]
교방춤도 검무도 조선 시대엔 특권층만 볼 수 있던 춤이다. 관에 소속된 기녀들이 사신들 앞에서, 또는 특권층 앞에서 췄을 만한 작품을 무대 바로 코앞에서 직관한 것이다.
조선 시대에 살았다면 내 신분이 무엇이었을까? 암만 생각해도 특권층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현생에서 저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왕정이 아닌 공화정, 그것도 민주주의 깃발이 우뚝 솟은
민주
공화국에서 태어난 나는 참 복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무희가 칼을 들고
추는
춤을
몰입해서 보고 싶었다. 손가락이 베이는 아픔이 있더라도 더 가까이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개 별곡]
25현 가야금이 상청과 중청을 넘나들며 여운을 드리울 때, 검녹색 치마를 입은 무희가 흰 듯 검은 긴 수건을 던지며 살을 풀었다.
그녀는 호흡을 어디에
숨겼을까? 격한 동작 뒤에도 미동도 없는 뒤태를 보니 심장과 타협하며 온 정신을 모아 몸을 통제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한참의 춤사위 뒤에도 그녀는 숨 쉬는 모습을 나에게 들키지 않았다.
검정
시스루 치마는 속에 녹색, 노랑, 분홍의 속치마가 겹겹이 포개져 이동 방향과 바뀌는 조명에 묘한
색감을
냈다. 가느다란 손끝이 허공을 휘저으며 살랑거릴 때, 살며시 치켜뜬 눈 위로 무희의 눈썹이 흔들렸다. 슬쩍 추파를 던지는 것 같았다.
저 모습을 줌으로 당겨 파인더 속에서 봤었으면, 저걸 데이터로 남겨 사람들이 보게 했으면 좋았을 걸,
그날은 허락된 사진사가 아니라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니, 그냥 맨 눈에 애간장이 녹았다.
하필 세상이 수상한 날 공연이 잡혀 마음고생 많이 하신 장인숙 감독님과 출연자들, 그들의 열정 덕분에 공연시간만큼은 어수선한 마음을 잠시 내려 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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