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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끝까지 버티다 만난 카라바조

by 오리아빠

귀한 전시라 마음은 먹었는데 시국이 어수선해 미뤘었다. 탄핵이 인용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나 같은 사람 오라고 연장 전시를 한다는 둥, 40퍼센트 DC를 해준다는 둥, 게다가 약 5개월 전시의 마지막 날이라고 맞춤형 광고가 계속 보여 일요일에 예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은 것이다.

15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는 본명이 '미켈란젤로 메리시'는 어쩌다 지역명이 별명이 되어 카라바조(우리식으로 부산 놈, 광주 놈 하듯이)라고 불렸다 한다.

그림에 깊이는 없기에 길게 설명할 재주는 없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특히 공연사진을 오래 찍다 보니 공연장 어둠 속에서 비치는 피사체를 살려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요즘 디카는 기계가 좋아 그런 극한을 표현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데, 20년 전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님 2집 '비밀'의 재킷 사진을 찍었을 때 ASA1600 필름으로 촛불 속에서 연주하시는 모습을 담아내며 많은 공부를 했었다.


인공조명은 끄고 촛불 몇 개 속에서 녹음하시던 모습, 진동에 흔들리는 촛불과 연주자를 두고 얼마나 긴장했던가. 셔터 스피드 1/15로 담아낸 사진.

이런 사진과 그림이 가능했던 건 1571년 카라바조의 탄생이 시작이었고,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대비를 강조한 화풍이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워낙 색다른 화풍을 좋아했고, 글 모르는 대중을 위해 그림으로 권선징악 및 신앙심을 심어주려 했던 가톨릭 대주교가 확실히 밀어줘 일거리 걱정 없이 그림은 원 없이 그렸는데, 그 오만함이 폭력적으로 변해 나중에 살인까지 저지른 문제 인물이 되어 그도 무난히 생을 마감하지는 못했다.

작품은 종교의 숭고미보다 엄숙,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연출된 어둠 속에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며 작품을 다시 돌아보며 카라바조를 생각했다.

선구자,


그의 폭력과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조롱과 질투에서 느껴야 했을 괴로움이 어느 정도는 이해되었다.

내 처지에 이탈리아는 갈 수 없고, 한국& 이탈리아 수교 140년 기념이 준 혜택으로 멋진 전시를 놓치지 않고 보게 되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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