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멋있던 차였는데 13년 구르다 보니 안 아픈 데가 없다. 특히 싸이드 미러 한쪽이 고장 나 접히지 않는 바람에 주차 때 차에서 내려 손으로 밀어 접어야 했기에 이웃이 왜 그러냐고 말 걸까 조심스러웠고, 자동세차장 입장 때 "고장 났어요, 손으로 접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며 매번 민망했었다.
엔진고장처럼 운행이 불가했다면 바로 조치했을 것을 그 정도는 아니기에 미뤘기도 했지만, 사이드 미러를 통째 교환하려면 25만 원 한다는 말에 차일피일했던 건데,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손 기술 좋은 장인들이 몰려 있다는 장한평으로 갔다.
골목을 서행하며 "사장님, 싸이드 미러 얼마면 고쳐요?" 했더니 "8만 원이요~" 두 번째 집으로 가 똑 같이 물었더니 "6만 원이요~" 했다.
중고 사이드 미러 교체 하는데 6만 원이면 거저다 싶어 고쳐 달라고 맡겼더니, 문짝 몰딩을 까 뒤집고 옆 판을 분해해 사이드 미러를 빼내어 갸를 수술대에 올리고 완전 분해를 하기 시작했다.
'어라? 사이드 미러를 통째로 교체하는 게 아니었었나?'
이것저것 물어보다 그가 하는 작업을 지켜보았다. 나이 탓에 아몬드 알 크기의 작은 부속인 톱니도마모되어 마주한 톱니에 힘을 전달하지 못해 생긴 노화 현상을 직감했는지, 공구상자 작은 수납함엔 그 차종의 고질병을 직감한 주인이 마치 나 같은 사람이 언제라도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폐차장에 들어온 다른차에서 찾아낸 중고 톱니가 수십 개 누워 있었고, 그중 상태 좋은 것을 하나 골라 그것만 교체하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통째로 교환되어 유명을 달리할 뻔했던 사이드 미러는 순돌이 아빠의 수술대에 오른 지 30분 만에 관절이 팔팔하게 살아나 쌩쌩하게 작동했다.
요즘 무엇이 고장 나면 어지간한 부속은 통째로 갈아야 한다.
시간이 돈인 시대를 살다 보니 동네 카센터 사장님들은 돈 안되고 시간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 분해 후 콩알만 한 낱개 부품을 갈아봐야 손님한테 얼마를 받겠는가? 덩어리 부품을 통째 교환해야 돈이 되지 않겠어? 그런데 장한평에서 못 고치는 게 없고 못 만지는 게 없는순돌이 아빠를 오랬만에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잊었던 이름, 젊은 친구들은 들어본 적 없을 추억의 순돌이 아빠, 그분 덕에 내 차는 새 생명을 얻었다.
자율주행 레벨 3이 나올 때까지 잘 고쳐서 타 봐야겠는데, 사람도 사물도 무사무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