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인 공간을 찾아서 환호를 외친 그날. #스페이스누디
나의 백수 생활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백수 생활 전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뭐부터 준비해야하지?
저번 편에서 적었듯이 나의 프로젝트를 도와줄 사인방이 모여 (나와 결이 매우매우 비슷한) 가장 먼저 한 것은 전시 날짜를 픽스하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일단 회사의 경험을 떠올리며 두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두었다. (회사에서는 매번 다른 프로젝트에 치여 준비를 하다보니 사실 두 달 전에 준비하는 것도 실상 까보면 준비하는 시간은 일주일도 안됐다지..)
추상화 작가였던 몰루님은 무조건 하루 이상을 열기를 추천했다. 첫 날은 거의 70-80% 준비가 된 상태로 부족한 것들을 보충하다가 끝이 난다고. 그럼 3일을 진행할까? 가장 걸리는 것은 대관비였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돈내산 전시 프로젝트 - 흡사 결혼식과 같은) 돈을 많이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팀원들과의 상의를 통해 이틀로 픽스하되, 대관비를 낮추고 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마침 나도 내 계정이 있고, 콘텐츠를 만드는 건 자신이 있었으니까. 또 계정이 있다보니 최소 이틀간 100명은 오지 않을까. 공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
'전시는 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이런 경험이 많이 있지 않는 나로서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래서 내 전시를 좋아할 사람들의 타겟은 누군인지 그려보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결국 타겟은 나와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제 2의 커리어를 위해 과감히 퇴사를 한 사람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쉬는 텀을 가진 사람들. 나이는 나와 비슷한 20대 후반, 30대 초반. 그리고 내 캐릭터를 좋아할 여성 분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보니 타겟을 잡는 것은 수월했다. (인스타 팔로워 분들이 곧 전시에 찾아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짐을 옮겨야하기 때문에 집과 멀지 않은 거리로 정해야했다. 그렇게 정한 곳은 트렌드 집합소(?) 성수!
공간을 찾아보기 전 전시의 컨셉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어떤 공간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어떤 무드로, 어떤 것들이 전시 될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간단 ^^. 인스타툰 계정을 운영을 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귀엽고 발랄한 그리고 포근한 무드의 공간이 필요했다.
'단발님 집 컨셉으로 해보면 어때요?'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 받던 중 (다 좋아보여서 결정장애 온..) 나의 오랜 팔로워였던 팀원 송삼님이 마침표를 찍었다. 아기자기, 알록달록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나의 무드를 담기에 좋은 컨셉인 것 같다고. 나의 툰을 오래간 봐왔던 분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가 갔다.
위치도 컨셉도 정해졌겠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간 서칭을 시작했다. 일단 집 컨셉이어야 하고, 짐을 많이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가구가 포함되어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아워플레이스, 네이버/구글 검색 등 전시 공간부터 스튜디오, 소모임 공간까지 열심히 서칭했다.
사실 이제서야 고백하자면.. 서칭이 약한 나는 사실 한 발 빼고 있었다는 것.. 심지어 일주일 해외여행이 잡혀있었던 시점이었기에 공간 확정에 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획한 사람이 발 빼고 있는 기묘한 상황)
시간은 흐르고 더이상 지체하면 안될 것 같은 시점에 송삼님이 다시 일어났다. '저희끼리라도 답사 다녀올게요.' 그렇게 내가 여행을 가 있는 동안 세분이서 공간을 서칭해 답사까지 다녀오신.. (홍철없는 홍철팀마냥 단발 없는 단발팀이었음) 여행을 다녀와보니 나는 팀원들이 1차 리스트업 해 둔 두 공간 중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이었달까. 원래도 신뢰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신뢰가 더더 올라갔다.)
답사를 통해 팀원들이 내게 보여 준 공간은 두 곳이었다. 1번 공간은 햇살이 짱짱하고 1&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 2번은 2층의 넓은 파티룸이었다. 답사를 다녀온 멤버들은 1번 공간을 적극 추천했다. 아니나다를까, 팀원들이 1순위로 꼽은 공간은 딱 내가 상상한 공간 그 자체였다.
1. 아기자기 하면서도 통창으로 넓게 트인 느낌을 주는 곳
전시 규모가 크지 않았기에 큰 공간보다 '커 보이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곳이 그랬다. 1층은 통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쉽게 안의 공간을 볼 수 있고, 들어오는 햇볕이 예뻤다. 전시하는 것들이 더 아기자기 따뜻하게 돋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 날 비가 오면 어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잔잔한 조명들도 많아서 약간 흐려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튼도 함께있어 준비할 때는 가려두고, 오픈 시간에 맞춰 열면 되니까.
2.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본 옵션들
기존에 회의실이나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되던 곳이기 때문에 모든 물품이 갖춰져 있었다. 넉넉한 테이블도, 티비도, 그리고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식물들까지. 천장에 전시 물품들을 걸 . 수있는 레일도 설치가 되어 있었다.
전시 동선 확보를 위해 가구 이동에 대해서도 여쭤봤는데, 큰 가구를 이동해야하는 것들이 아니면 (서랍장이나 책상 전체)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책상도 크기를 작게 변경할 수도 있고 반원 형태로 두개로 나눠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필요없다면 화이트 보드도 치워주신다고.
뭐가 이렇게 다 준비되어 있지...???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주신다고??? 처음 전시를 기획하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3. 나의 집 같았던 2층의 아기 자기한 공간
1층은 생각보다 회의실 느낌이 강해 벽면을 활용해 내 무드를 가득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꾸며볼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2층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려나? 뒷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에 입장하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무조건 여기서 해야한다'
2층은 1층과 달리 정말 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작은 거실과 화장실, 방으로 나누어져있는 공간. 그리고 냉장고부터 전자레인지, 테이블, 아이맥까지. 더불어 인테리어도 알록달록 완전 내 취저였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2층을 보고 완전 내 방 같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완전 내 스타일의 공간이었다.
가구부터 벽면, 전체 인테리어까지. 곳곳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신 티가 났다. (원래는 생일 파티를 하는 파티룸으로 사용되는 곳이라고 한다. 직접 현수막과 포스터까지 만들어주신다고... 디테일 무슨일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좋고, 미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도 수월한 공간이었다.
사실 계단을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살짝 걱정을 했는데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라서 사람들이 전시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장하는 그 순간 싹 잊혔다. 내가 손잡고 안내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해야 한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도움이 될 분이 있을까 하여, 대관 장소를 공유해 봅니다 :)
https://www.instagram.com/spacenuudee/
마음 속에 원픽으로 확정이 된 상황. 가장 걸리는 부분은 가격이었다. 이틀 통대관으로 하려하다 보니, 정해놓은 전체 예산에서 세 배 가까이 초과가 되어..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 공간을 최대한 홍보하는 대신 대관비를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나의 SNS 채널들.(인스타그램, 뉴스레터 등) 전시를 진행하면 기본적으로 100명 가까이 사람들은 올거고, 내 채널에 콘텐츠로 만들어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답사 전에 공간의 계정부터 홈페이지까지 싹 조사해갔다.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계신지 까지도...)
공간 답사 후 담당자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협업 얘기를 슬쩍 꺼내봤는데 (팀원들이 있어서 더 용기가 났다. 혼자였음 우물쭈물했을거야...) 정말 감사하게도 내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를 들으시더니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 그래서 그 즉시 제안서를 작성해 공유드렸고, 내가 정해놓은 예산 안에서 공간대관을 진행할 . 수있게 되었다.
이전에 사이드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안서를 거절당한 적이 있어서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이게 될까?' 하던 마음이 '이게 되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무언가를 해낸 느낌이 들어 제법 뿌듯했다. 시작이 좋았다. 느낌도 좋았다. 프로젝트가 제법 잘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전시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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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끝난지 보름만에 올리고 있는 전시 프로젝트 후기.
결론만 적어보자면, 공간 대관은 매우매우매우매우 성공적이었다.
오는 분들마다 공간 어떻게 구했냐고, 너무 잘 구했다고 칭찬 한 무더기로 하고 가심..^_^ 뿌듯..
함께하는 팀원들이 없었다면, 흔쾌히 협업에 함께 해준 스페이스 누디 분들이 없었다면
시작하기도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시 공간 before / after는 곧 올릴 다음 편에서 가지고 올 예정 ~~)
#백수전시 #전시공간대관 #스페이스누디 #성수공간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