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발모리 Sep 07. 2022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으면.

#좋아하는일로돈버는단발 #좋아하는일을하며 #행복하게 #살수는없을까

간호사, 안녕!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 


 인스타툰으로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었던 2021년, 나는 간호사를 그만뒀다.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에 내 또래에 비해 월급은 꽤 쏠쏠했고(3교대 근무), 3년간 7,0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을 정도로 나름 돈 걱정은 없는 직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만화가가 꿈이었다.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글보단 그림으로 쉽게 풀어 사람들에게 나누는 과정이 참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간호사가 되어있었다. 2년 반 정도 일을 하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이대로 괜찮나?'


 내 나이 28살. 나는 앞으로 지나온 날보다 남은 날이 훨씬 긴 청춘이었고, 평생 간호사를 할 자신은 없었다. 간호사 일은 적성에 맞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다. 좋아하지 않는 일들로 내 남은 인생을 모두 허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들로 6개월을 보내고 결국 입사한 지 3년을 채우던 해에 병원을 나왔다.




새로운 회사 입사


 막상 병원을 나와보니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막막했다. 비전공자가 그림으로 먹고산다니, 그것도 프리랜서로! 그게 가능한 일일 까도 싶었다. 그럼 나 뭐부터 해야 하지? 퇴사 후 세상이 아름답고, 무지개 빛으로 빛나던 기분은 딱 2주밖에 가지 않았다. (휴학 X, 2월 졸업 → 3월 취업의 노브레이크 인생 속에서 일이 없다는 것은 정말 불안한 일.)

 

 조급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우연치 않은 기회로 간호사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간호사 관련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퇴사한 지 딱 한 달이 되던 때였다.


 회사 일은 참 즐거웠다. 우리 회사는 간호사 교육 회사인데, 여기서 나는 간호사 관련 정보를 인스타 콘텐츠로 제작하고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콘텐츠 판매를 분석하고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의 다채로운 업무를 하고 있다. 틀에 박힌 간호사 업무와 달리, 매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직업인지라 생각했던 좋아하는 일, 즉 행복에 조금 다가간 기분이었다. 인스타그램을 맡게 된 이후로 마케팅, 브랜딩, 콘텐츠 제작 방법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간호사 때부터 취미를 살려 인스타툰을 그리곤 했는데, 이 인스타를 키워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나의 개인적인 목표를 이뤄주는데 회사 업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내 일도, 간호사 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이자 일하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회사의 한계를 느끼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회사는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병원을 다닐 때부터 지금 회사에 있기까지,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회사가 자랑스러워야 하는 것'이었다. 회사가 잘 돼야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병원도 지금의 회사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내가 환자라면? 내가 소비자라면?' 항상 반대쪽에서 생각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많은 부서와 소통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회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가 참 좋지만, 회사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회사는 회사다. 함께 협업하는 업무이고 항상 변수(인력난, 의견 차이 등)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을지라도 의견이 좌절되는 순간도 감내해야 했다. 그게 참 어려웠다.


 병원과 회사를 다녀보면서 느꼈다. 나는 누군가 밑에서 일하기 수월한 성격은 아니라는 것.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쏟고, 에너지를 쏟는 만큼 성과가 나야 하며, 남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이나 부조리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내 일을 하고 싶었다. 온전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거 네가 잘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게 사회고 현실이야. 그냥 피하기만 하는 게 답은 아닌걸. 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초반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답은 '엑스'였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함께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라면, 서로의 쓴소리가 잔소리가 아닌 조언이 된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뭐든 열심히 하고 싶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이게 더 쉽지 않아 진다. 



홀로서기 연습 중


 그래서 나는 그냥 혼자 일하기로 했다. 회사 없이도 나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돼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 2월부터 인스타그램과 콘텐츠 제작,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3년간 지지부진하던 인스타 팔로우는 순식간에 2만 명이 되었다. 지금은 인스타툰으로 한 달 부수입이 100만 원 정도 되며, 회사 월급까지 합치면 간호사 때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택하고, 6개월 만에 얻은 결과였다.


 아직 부수입도 누군가의 밑에서 홀로서기를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나는 앞으로 계속 성장하고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내년쯤에는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배우고 익히는 것들을 브런치에 기록할 것이다. 이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내 글이 닿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그것도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버는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의 홀로서기 성장 스토리, 함께 해주시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순리대로 살지 않는 삶 #역행자 책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