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무게
히라야마는 화장실 청소부다. 직업으로 줄세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히라야마는 거의 가장 밑에 존재하는 사람일 것이다. 더럽고 힘든데 돈도 그렇게 많이 벌지는 못할테니 히라야마는 불행한 실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꽤 행복한 매일매일을 지낸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식당을 가고, 좋아하는 햇빛을 느끼고.
행복이라는 것은 히라야마의 일상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행복한 삶이라고 하면 굉장히 거창한 것 같이 느껴진다. 어떤 대회에서 1등을 하거나 아니면 그에 버금가는 상금정도는 얻어줘야 아 그게 행복이지 라고 여겨진다. 남들이 감탄할만한 무언가를 해냈을 때 그것이 행복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히라야마처럼. 히라야마는 남들이 봤을 때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직업도 별로고, 돈도 별로 없는 것 같이 보이고.(사실 히라야마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돈이 없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남들의 예상과는 달리 극 속의 히라야마는리 행복한 삶을 보낸다. 행복이란 것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히라야마처럼 소소한 일상들로 가득한 하루가 행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하나둘 모아져 영화 제목처럼 퍼펙트 데이가 되고 이 퍼펙트한 데이들이 또 하나둘 모여져 퍼펙트 데이즈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 영화<소울>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좋은 기분도 행복이 된다. 맛있는 빵을 먹었을 때. 신호등이 딱딱 맞을 때. 재밌는 영화를 봤을 때. 이것도 행복이다. 소확행이라고도 많이 표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행복을 느끼면 그게 행복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큰 행복이 작은 행복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행복도 남들의 시선에 좌지우지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넌 언제 가장 행복했어? 라고 물어봤을 때 재밌는 영화를 봤을 때 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행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라던지 어떤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라던지 이런 종류의 대답이 주로 나올 것이다. 혹여나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성취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불행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행복은 전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남들에게 자랑할 필요는 없다. 비 오는 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창문을 보는 것도 행복이고, 공원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쳐다보는 것도 행복이다. 성공하면 행복할 순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다고 행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히라야마가 차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트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 오늘은 어떤 카세트 테이프를 고를까하며 히라야마는 매일 설레일 것 같다. 카세트 테이프와 그 속에서 나오는 올드팝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지키려는 히라야마와 닮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로 랜덤재생을 하는 편인데 그날의 날씨, 기분에 딱 맞는 음악이 나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이것도 퍼펙트 데이가 될 일상의 하나의 조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