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요건 중 하나인 사실의 적시에 대해 서술하였다. 오늘은 다른 요건인 공연성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먼저 법원이 공연성을 설명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사례들을 서술해보려 한다.
법원에서는 공연성에 대해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422). 이 문장만 보아서는 공연성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례들을 통해 공연성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①
『 A가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고, B가 10명 정도 모여 있는 카페에서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될까? 』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10명이 불특정 혹은 다수인에 속하는지를 보면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안에서 B는 공공장소인 카페에서 교류가 없었던 10명을 상대로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고 하였다. 즉, B는 특정되지 않은 불특정의 10인에게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B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 중 불특정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발언을 한 것으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다수인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자. 10명이 다수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다수인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호한 것 같다. 실제 판결에서 보통 10명 정도면 다수인으로 보고 있으나 4명의 경우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아직 일관된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사안에서의 10명은 다수인이라고 보기 부족함이 없다. 즉, 다수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②
『 A가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고, B가 A와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될까? 』
①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②는 굉장히 쉽다. B와 A가 단둘이 있는 장소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아무도 B의 문제의 발언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문제의 발언을 듣고 인식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B가 A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 A가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고, B가 A, 그리고 A와 특별한 친분관계 없는 C가 있는 장소에서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될까? 』
①의 사례에서 4명이 모여있는 경우, 법원에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 당연히 C만 있는 경우 공연성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3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C가 A와 그다지 친분관계가 없어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D,E,F,G 등에게 다 얘기하고 다닐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C가 이렇게 얘기하고 다닌다면 A의 명예는 10명 앞에서 음주운전의 전과를 얘기한 것만큼이나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원은 '전파가능성 이론'을 정립한다.
법원은 이에 대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서술하였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사례에 대입해보면 C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얘기를 하여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또 생긴다. 그러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얘기를 하여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은 또 무엇으로 판단하는 걸까?
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통상적으로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즉,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경우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파의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사안과 같이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는 C의 경우에는 그 사실을 비밀로 지켜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C는 A의 음주운전 전과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공연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④
『 A가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고, B가 A, 그리고 A의 아내인 C가 있는 장소에서 'A는 음주운전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될까? 』
①,②,③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④의 상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는 ④의 상황이 전파가능성이 있는 상황인지를 추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앞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는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였다. 통상적으로 아내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고 서를 지켜줄 의무 또한 있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A의 음주운전 사실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얘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에 ④에서는 전파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고, 공연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