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더위가 찾아옵니다. 내 땀의 많은 부분이 당신을 향한 열심이기를.
어디서부터 편지를 써야 할까 한참을 고민합니다.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몇 자 적어보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네요. 잘 지내시냐는 말도, 평안하시라는 인사도 뭔가 당신께는 안 맞게 느껴져서 말이죠. 그래도 형식으로 묻습니다. 안녕하신가요.
말로는 다하지 못한 진심들을 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의문들을 당신께 질문하지만 글로써는 다가갈 생각을 못 했습니다. 편지의 형식을 빌려 연재하는 저이지만 당신에게는 더 조심스럽고 신중함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옛 추억이 생각납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냐고 따졌던,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었던 시절에 당신은 ‘네 마음 다 알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응답하셨죠. 그때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당신은 아셨잖아요. 제가 뭐 때문에 힘들어했고 괴로워했는지. 기도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요.
요즘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 중에 있습니다. 태어난 김에 사는 것이 아닌 내 소명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당신은 실수가 없으셔서 이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쓰임이 있다는 믿음과 내가 쓸모가 있을까? 하는 완악한 불신이 자주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당신께 기도로 나아갑니다.
저의 이 연단의 시간이 당신께 합당하기를 바랍니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해서는 종이 아파야 하듯 조급함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당신의 뜻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이 하셨다고요.
더위가 찾아옵니다. 내 땀의 많은 부분이 당신을 향한 열심이기를.
사랑합니다.
아멘.
땅 위에서
한결
p.s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