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따라, 천따라

by 윤기환

더위가 한풀 꺾인 늦은 오후, 책장을 덮고 두 바퀴에 몸을 실었다. 중랑천을 따라 1시간쯤 달리면 한강을 만난다. 두 물이 만나는 곳, 작은 공원과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탁 트인 강물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언제 와도 정겹다. 새들이 한가롭게 자맥질하는 강물 위에는 저녁 햇살이 가늘게 부서지고, 길게 뻗은 강변도로엔 차량의 행렬이 느리게 이어지고 있다. 여름 한 낮 바쁠 것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문득 우리네 삶의 여정을 생각한다.

잔잔히 흐르는 저 물결 속 깊이 숨겨진 강물의 거친 행로를 그 누가 알겠는가!

때론 돌부리에 치이고, 풀숲을 헤치며 우당탕 돌고 돌아 이곳까지 고되게 흘러 흘러 왔겠지.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오늘도 강물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삶은 물과 같다.


돌아오는 길, 두어 시간을 달려 지친 나에게 중랑천이 손짓을 한다.

그냥 지나치려다 피곤한 몸을 반기는 그의 품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조금은 처량하게, 조금은 우아하게 벤치에 앉아 나른한 행복에 젖는다.

문득 저쪽 벤치에 앉아 책에 열중인 사람 하나 보인다. 나이도 지긋해 보이는데 무슨 공부를 하는 걸까? 궁금하다. 혹시 내 경쟁자는 아닐까? 지금쯤 손해평가사 시험에 응시한 만 명이 넘는경쟁자들이 전국 어디에선가 마지막 무더위와 싸우고 있을 것이다. 힘든 여정, 다들 잘 버티길 마음속으로 응원해 본다.


도망치는 늦여름을 안간힘으로 붙잡으려 아우성치는 매미와 이에 지지 않으려 장단 맞추는 새들의 지저귐, 종일 더위에 지친 나무들의 하품, 사위어가는 햇살, 재잘거리는 시냇물, 그리고 그 안에 안겨있는 나.....

가만가만 귀를 기울인다. 자연이 토해내는 숨소리가 들린다.


땅거미 한 줌 뿌려지면서 더위도 한 바가지 퍼갔나 보다. 선선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살살 건드린다.

매미가 놀란 듯 다시 소락 빼기를 질러댄다. 해는 이미 서쪽 도봉산 너머로 숨었다.

나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