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4번, 세월은 가고
황영선
내 사춘기는 삼중당 문고 속에서 자랐다
내 첫사랑도 삼중당 문고판 크기였다
버스 차비 150원,
시오리 길을 두 번 걸으면
삼중당 문고 한 권이 되었다
검은 교복을 입고
국도 4번 미루나무 길을 걸어가던 날들은 가고
나는 지금 꿈도 없는 어른,
어린 날 세상의 모든 길들은
국도 4번 길에서 가지가 뻗어나갔지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막내딸을
기차역까지 바래다주던
늙은 아버지가 막내딸을 자전거에 태우고
안개 속을 달리던 그 국도 4번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드나들던 그 길
오일장이면 장 마중 가던 그 길
아름드리 포플러가 그늘을 만들어주던
국도 4번!
내 삶의 변방을 달려 어디론가 자꾸자꾸 길을 내고 싶던
국도 4번!
인생의 노정을 수정하고 싶어질 때마다 달려가곤 하던
그 국도 4번을 따라가면
지금도 따뜻한 눈길의 그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