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나는《체험담》이라는 제목의, 원시림에~"

by 김선우

“여섯 살 때 나는《체험담》이라는 제목의, 원시림에 관한 어떤 책에서 굉장한 그림 하나를 본 적이 있다.”

Lorsque j'avais six ans j'ai vu, une fois, une magnifique image, dans un livre sur la Forêt Vierge qui s'appelait "Histoires Vécues"


생텍쥐페리(1900~1944)의 대표작《어린 왕자》(1943)의 첫 문장이다. ‘굉장한 그림’은 보아 뱀이 맹수를 잡아먹고 있는 내용이다. 그 그림은 서술자 ‘나’가 속이 안 보이는 보아뱀 그림(1호)과 속이 보이는 보아 뱀 그림(2호)을 그리는 계기가 된다. 그림 1호가 모자가 아니라 보아 뱀이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그림인 것을 총명한 어른들조차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림 1호의 내용을 단박에 알아본다. 어린 왕자에게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순간이다.


%EC%B2%AB_%EB%AC%B8%EC%9E%A5_1-3.JPG?type=w580


《어린 왕자》의 모태가 된 작품은 생텍쥐페리의 자전적 소설인《인간의 대지》(1939)다. 작품 속 주인공이 항공회사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은 대부분 작가가 실제 겪은 일들이다. 작가이자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는 ‘비행과 글쓰기가 전적으로 하나’라고 생각했다. 삶과 글이 일치했던 작가는 1944년 7월 31일 정찰 비행 임무 중 독일 공군에 격추되어 죽는다.


《어린 왕자》는 출간된 후 20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사랑받는다는 책이다. 하늘에서 본 자의 삶의 비의가 담겨 있기 때문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