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조광》에 발표된 <날개>(1936)는 일제강점기 무기력한 지식인의 분열된 자아를 다룬다. 주인공은 매춘으로 돈을 버는 아내에게 기생하여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외출이 반복되면서 의식의 각성이 일어나고 본래의 자아를 되찾아 다시 날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로 시작되는 소설은 작가 이상과 기생 금홍의 생활이 반영되었다. 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상(1910~1937)의 삶과 자신의 생활을 작품 속에 드러내던 이상의 작법을 생각할 때,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는 이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상의 시와 소설은 기존의 형식을 거침없이 깨뜨렸다. 시에서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숫자와 도형을 사용하고 공간성과 회화성을 중시했다. 소설에서도 독특한 언어 사용, 의식의 흐름 기법, 개인의 내적 심리에 초점을 맞춘 서술 등의 기법을 사용했다. 그의 문학은 지금까지도 논란과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독보적인 상상력과 표현력을 보여준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학이었다.
이상의 이른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식민지 현실에서 폐결핵으로 제한된 삶을 살면서도 그가 보여준 새로운 차원의 문학 때문이다. 그가 더 오래 살아 근대적 감성과 사유를 온몸으로 밀고나갔다면 우리 문학사는 얼마나 더 확장되었을까?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조선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건축 기사로 일했다. 일찍부터 시, 소설, 그림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했으나 본격적인 문단 생활은 폐결핵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다. 요양 생활을 했던 황해도에서 만난 기생 금홍이와 운영했던 다방 ‘제비’에서 문학인들과 친분을 쌓고 당대 최고의 작가들인 박태원, 정지용, 이태준 등과 교류했다. 이태준의 추천으로《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1934) 연재를 시작하지만 파격적인 형식과 난해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아 15회 만에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다. 1936년 변동림과 결혼 후 3개월 만에 홀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듬해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되었고 폐결핵을 앓던 그의 병세가 악화돼 1937년 27세의 나이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