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마주하는 곳이었다

병원은 두려움의 장소였는데, 왜 나는 그곳에서 설렘을 느꼈을까.

by 기쁜민주

받아들임이 시작된 순간


오늘은 양산부산대병원 정기검진과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다.

이상하게도 병원에 가는 길이 여행 가듯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병원은 늘 두려움의 장소였는데,

왜 나는 그곳에서 안도감을 느꼈을까?


암 수술 당시 만난 담당 선생님은 늘 편안하고 친절하셨다. 그 영향인지 병원은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호텔처럼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심지어 내 집보다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수술을 잘 마친 뒤,

선생님 소개로 양산부산대로 옮겨

항암 6번과 방사선 25회를 함께 진행했다.


진짜 두려움은 치료가 아니라

첫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몇 시간을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감정은 이름도 없이 차올랐다.

그때 처음 알았다.


두려움은 ‘병’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상상과 해석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감정 속에서도

‘암 환자’라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누군가 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준 듯,

병원은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 후 항암을 할 때마다 감정은 피할 수 없이 올라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든 죽든, 그 결과마저도

신의 뜻에 맡기겠다는 마음까지 흘러갔다.


그렇게 나는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병원에 가는 일은 여전히 많은 감정과 기억을 불러오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올라올 때마다 느끼고 놓아버릴 수 있다.

내 안을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곧 나를 살린 수행이었다.


병원은 내 몸을 치료한 곳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만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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