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호텔이더라도 주중에 묵느냐 주말에 묵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입니다. 여기에 더해 숙소 안에서 보이는 풍경이 좋은 나쁜지에 따라 객실 가격이 달라집니다. 대개 도심이 보이는 ‘시티 뷰’보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오션 뷰’의 객실이 더 비쌉니다.
한 번은 동해를 낀 도시로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예약해 준 숙소에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객실 크기나 뷰가 어떤지 알지 못했습니다. 현지에서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는데, 로비에서 방 열쇠를 수령할 때 안내받은 바로는 객실은 ‘오션 뷰’가 아닌 ‘시티 뷰’였습니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객실에 들어가 창문을 열었는데, 예상치 못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창밖에는 각양각색의 불빛이 수놓은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티 뷰’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때로 앞으로 펼쳐질 일을 알지 못한 채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자』 제물론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여희(麗姬)는 애(艾)라는 지역 경계지기의 딸이었는데, 진나라에서 그녀를 강제로 데려왔을 때 눈물을 흘리며 울어서 옷깃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나라에 도착해 왕과 함께 큰 침대에서 자고 잘 차린 진수성찬을 먹게 되자 처음에 울었던 것을 후회했다. 내 어찌 알겠는가. 죽은 자가 죽기 전에 더 살기 바란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를.
여희는 고향을 떠나기 전 진나라에서의 생활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눈물로 옷깃을 적신 것이죠. 그런데 막상 진나라에 도착하자 왕의 사랑을 받으며, 온갖 진귀한 음식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흘린 눈물을 후회하기에 이릅니다.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찾아드는 생각이 대개 ‘잘될 거야!’가 아닌 ‘잘 될까?’인 이유입니다. 이럴 땐 장자 이야기 속 여희를 떠올리며 미래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출장지 객실에 들어서기 전, ‘오션 뷰’가 아닌 ‘시티 뷰’에 실망하던 마음은 늦은 저녁 화려함 가득한 ‘시티 뷰’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습니다.
막상 경험해 보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막상 먹어보면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막상 만나보면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해선 막상 해봐야 합니다.
한 가지 현상은 수만 가지로 해석 가능하기에, 경험하는 모든 일에서 작은 행복 하나쯤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음 이후의 큰 행복까지는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출장지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창문 앞 작은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진 화려한 밤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되는 터라 음 소거한 TV 앞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시티 뷰라 다행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마흔에는 ‘오션 뷰’보다 숨겨진 보석을 찾듯 ‘시티 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