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지닌 놀라운 힘, 다들 한 번쯤 경험해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래 하나로 울고 웃었던 추억이 소환되고 다시금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추억 속 배경음악으로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노래가 있죠. 저의 10대, 20대 시기 감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에는 이 가수의 노래가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감성 발라더 '성시경'
2002년에 데뷔한 성시경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감성 발라드 가수입니다. 간혹 불후의 댄스곡을 남기기도 했지만 말이죠.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옛 감성을 느끼고 싶어 유튜브에 '성시경'을 검색해 봅니다. 그러니 성시경이 라이브로 히트곡을 모아서 부른 20분가량의 영상이 뜹니다. 영상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집으로 향합니다. '내게 오는 길', '넌 감동이었어', '두 사람', '좋을 텐데' 등등...... 주옥같은 노래에 옛 추억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심지어 '미소천사'까지 멋지게 들립니다. 다시 한번 노래가 주는 감동을 만끽하던 그 순간, 노래의 창법이 조금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마다 박자나 음정을 미세하게 바꿔가며 조화롭게 변화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유로움이 왠지 더 좋게 느껴집니다.
생각해 보면 10대 20대 때는 성시경의 원음이 담긴 노래만 찾아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매번 똑같은 기계적인 원음이 아니라 자유롭게 변화를 주는 노래에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어렸을 땐 그 원음의 틀을 마치 정답인 것 마냥 여기며 콘서트나 라이브 영상 속 노래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이를 먹고 자신만의 신념에 갇힌 채 좁은 시야를 가진 사람을 요즘 '꼰대'라고 부릅니다. '과연 나는 꼰대인가?'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최애 가수의 바뀐 창법을 너그럽게, 심지어 사랑하는 나는 완전한 '꼰대'는 아닐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생각의 확장은 다양한 시도를 통한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사색 없는 한 가지 경험은 한 가지 생각만을 낳습니다. 물론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경험만으로도 생각을 확장할 수 있고, 여러 경험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범인(凡人)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의식적으로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늙어서 어떻게 그런 걸 해?’,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해’라는 생각은 지금이라도 당장 버려야 합니다. 이런 삶의 자세는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꼰대’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나이 들어 생각이 막히는 것보다 젊어서 막힌 생각은 뚫기가 더욱 어려운 법이죠.
하버드 심리학의 거장 엘렌 랭어는 <늙는다는 착각>에서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삶의 자세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일상에서 늘 하던 대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뭐든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젊은 생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새로운 일이 찾아왔을 때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 이 생각 하나로 주저함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경험이 나를 꼰대에서 멀어지게 할 거야’
오늘도 참을 수 없어 '성시경'을 검색해 노래를 틉니다. 물론 라이브 영상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