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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May 30. 2023

궁금한 게 없으니.

'스몰토크’라고 아시나요? 일상적이고 소소한 주제로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이뤄지는 대화를 말하죠. 저에게 있어서 이 ‘스몰토크’는 늘 ‘스몰’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라 용건을 가지고 말할 때조차 대화를 길게 이어가기가 버거웠기 때문에 특별한 주제 없이 이어가는 대화는 더욱더 부담이었습니다. 직장에 들어와서 ‘스몰토크’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날씨를 묻는 질문부터 바뀐 머리 모양에 대한 이야기 등등...... 소소한 대화가 오가는 중에 저는 자주 어색한 웃음을 짓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법에 관한 책을 하나둘 읽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대화법이 있었지만 다 소용없는 ‘이론’ 일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궁금한 게 없으니 말할 거리도 없지’

맞습니다. 그동안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상대에게 딱히 궁금한 점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대화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고 그저 상대를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상대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표정은 어떤지’, ‘어디가 불편한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입을 닫고 지낸 지가 수십 년이라 선뜻 말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궁금함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윽고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터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상대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자 자연스레 궁금한 것들이 생기고 그 지점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말은 청산유수처럼 유려하게 할 필요 없어!’, ‘전해야 할 중요한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라며 대화에 소극적인 저를 스스로 위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말을 잘한다는 것은 분명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이 전무(全無)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라면 그와 관련된 어떤 주제라도 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때 사회인야구에 진심이었던 저는 야구용품이라던지 어깨를 다치지 않고 공 던지기라던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언제 어느 때라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캠핑장이라던지 유튜브 채널 성장시키기 등등, 여러 관심분야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대화에 있어서 ‘궁금증’이라는 요소는 두 가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스몰토크’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궁금증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관심분야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는 그와 관련된 대화에서 자신감을 갖게 해 줍니다.

이제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궁금해 죽겠으면 입을 막아도 말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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