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작업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을 꼽으라면 당연 '되돌리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뒤로 다소곳이 되돌리는 아이콘의 모양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막 써대도 돼. 어떤 실수도 다 고쳐주마'라고 말하는 듯하기도 하죠.
문득 '인생에서도 되돌리기 기능이 있다면?'하고 공상에 빠져봅니다. 새하얀 티셔츠에 음료수를 쏟는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로 손가락을 튕겨 몇 초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상상은 가히 소름 돋을 만큼 짜릿합니다. 그리고 한번 내뱉은 말도 시침 뚝 떼고 주워 담을 수 있습니다.
'인생 2회 차'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는 것도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고 절정의 능력치로 인생을 살아가고픈 열망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되돌리기 기능의 남용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잦은 오타를 낳아 문서 작업의 효율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타자를 치는 손가락은 '되돌리기'라는 든든한 뒷배에 의지해 때로 부정확해지고 버벅댑니다.
인생을 재차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아마 좀 더 느슨해진 정신으로 실수를 연발하다 '인생 2회 차'에서조차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인생을 망쳐 놓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만 같은 내 인생이 나름 잘 다져진 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매 선택의 순간 고심하고 노력한 결과가 쌓여 1회 차인 인생을 다시없을 최고의 인생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인생 1회 차',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얼룩을 남긴 셔츠를 되돌려 놓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다시 오지 않을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낼 뿐이죠.
1회 차 인생조차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과연 2회 차 인생은 어떨까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자, 다시없을 오늘을 또 한 번 멋지게 살아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