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재치 있는 사람은 어딜 가나 인기가 좋습니다. 만약 상대에게 잘 맞추는 배려심까지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한편 어딘가 조금 허술해 보이는 사람도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마 조금 부족해 보이는 부분에서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재미를 주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비주류인 듯 주류인 듯한 인기인을 대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상대가 주는 웃음을 비웃음으로 대하지 않도록 선을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무실에는 일명 ‘찢어진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4살 많은 형이 있습니다. 그 형은 나름 인기남으로, 위에서 언급한 두 부류의 사람 중 후자 쪽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그 형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합니다.
어느 날 미혼이자 솔로인 그 형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나 이제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어. 그걸 뭐라고 하더라?”
저는 그 말을 듣자 평소 형이 늘 한 끗 차이로 용어를 헷갈려했던 터라 이번에는 뭐라고 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게 뭔데? 정신적 사랑? 그걸 칭하는 용어가 있어? 빨리 생각해 봐!”
형은 다급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내 대답합니다.
“플라시보 사랑?”
그 대답을 듣고 순간 나도 모르게 너무 크게 웃어버렸습니다. 오답인 걸 깨달은 형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정정합니다.
“아아, 잠깐 헷갈렸다. 플라스틱 사랑?”
아니 플라스틱 사랑이라니요. 형이상학적이고 감성 가득한 ‘사랑’이라는 단어는 건조하고 딱딱한 플라스틱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건 조금 심하다 싶어 정색한 표정으로 “플라토닉 사랑이겠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색하는 저를 보고 형이 무척이나 민망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상대의 무지를 의도적인 놀림감의 하나로 여긴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 “헷갈릴 수도 있지”라며 상황을 얼버무렸습니다.
우리는 때로 상대의 허술함을 비난과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곤 합니다. 그 허술한 모습이 털털하고 재미있다며 치켜세워주다가도 어느 순간 선을 넘어 무지하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상대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대부분 관심분야가 달라서 생기는 것인데도 말이죠.
오늘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선을 넘지는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봅니다. 물론 오늘도 ‘피톤치드’를 ‘치톤피드’라고 말하는 형을 마주하지만,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선사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렇게 그 형과의 선을 지켜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