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몇 명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나요? 아마 곰곰 생각해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과 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한 인사에서부터 다소 긴 대화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죠.
오늘은 점심시간에 한 직원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최근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긴 탓에 서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죠. 한창 대화를 하던 중 그 직원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00 씨랑 얘기하면 꼭 그 주제를 언급해 줘서 마음을 다잡게 된다니까요.”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제가 이야기 중간에 ‘요즘 재정관리는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을 별생각 없이 던진 후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인사발령 전 그 직원의 최대 고민은 바로 ‘돈 관리’였습니다. 최근 집을 얻어 독립을 한 그 직원은 이곳저곳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평소 저는 ‘돈 관리’, ‘재테크’등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간 쌓아온 내공을 아낌없이 써가며 다양한 조언을 해주었죠. 관련 책들도 추천하면서 말입니다.
짧은 대화를 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아, 혹시 난 어딜 가나 돈 관련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왠지 돈, 돈 하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에 찬 기운이 감돕니다.
사람은 누구나 개개인의 관심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할 수밖에 없죠.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의 약속을 앞두고는 ’그 사람 만나면 또 그 얘기만 할 텐데 ‘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가 빨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의 약속은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게 되죠.
그럼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늘 같은 말만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일생을 살아가면서 원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피로 맺어진 가족 중에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늘 같은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늘 같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언제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사람'이기를요. 그럼 다방면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고집하는 태도가 아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약간의 배려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루의 끝에, 오늘 나눈 수많은 대화를 떠올려봅니다. 내일은 그 대화들이 서로 부딪힘 없는 다양한 주제로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