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을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온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그 다름이 신선하게 느껴져 나에겐 없고 그에게는 있는, 마치 특별한 능력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신비한 능력은 사사건건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신중하게 말하고 판단하던 의젓한 모습은 식당에서 한참 메뉴를 고르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과몰입 상태에서 종종 나의 질문을 패싱 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같은 상황을 180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나는 변덕쟁이인가?
사실 그 사람도 나도 원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매사 신중함보다는 신속함을 선호했던 사람이고, 그는 조금 지체되더라도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땐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하고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고요한 심리상태임을 전제로 말입니다. 마음의 일렁임이 있을 땐 그 너울에 자신의 감정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정확히 알고 더 나아가 나에겐 없는 상대의 능력이 신비로움인지 불편함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그 사람은 과연 예전과 다르게 변했나? 아닙니다. 역시 변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관계의 출발점에서부터 나와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상대를 내가 원하는 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관계라는 것은 어렵기만 하고, 그렇기에 평생 동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인연은 마음의 일렁임이라는 너울로도 가릴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빨리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