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났다. 처음의 다짐과는 달리 글을 정기적으로 쓰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브런치북을 발간하게 됐다. 제목은 <기승전 딸>.
아이와 아내의 이야기를 담아 글을 썼고, 우리 가족의 소중한 순간이기에 '하나의 기록'으로써의 의미가 컸다. 내 평생에 이렇게 오랜 기간 꾸준히 글을 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느덧 40편이 넘는 글이 쌓였고 '이 글이 혹시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게 됐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 평소 한 번이라도 접해봤던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다. 정말 아무런 준비와 기대 없이 출판사 메일주소로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날렸다. 대부분 답이 없었다. 답을 준 곳도 형식적인 문구를 담아 거절의 의사를 보내왔다. 큰 타격은 없었다. 내가 쓴 글이 표지를 달고 세상에 책으로 나오리라는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곳으로부터 긍정의 답을 받게 됐다. 출판사는 투고 원고를 읽고 글의 장단점을 분석해 줬고, 출간계약 시 앞으로의 과정을 함께 정리해서 보내왔다.
기대 없이 찾아온 행복은 늘 그렇듯 일상의 큰 힘이 되어준다. 며칠의 고민 끝에 출간계약을 하고 부족한 원고를 채우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쁘고 고단하지만 즐거웠다. 퇴고를 어느 정도 마치고 책의 제목과 목차, 표지의 콘셉트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의 기쁨과는 달리 일정의 중반을 지나자,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내 글을 읽게 될 지인들의 반응, 책의 판매량 등등.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일생에 자기 이름의 책 한 권을 내본다는 것은 분명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그 경험을 진행 중인 나는 여러모로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지금의 과정이 즐겁다. 즐거움 속 종종 고개를 드는 걱정들 마저 즐겁다.
조만간 나오게 될 내 책이 나의 아내, 그리고 딸에게 작은 선물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