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밤 Aug 09. 2023

마지막을 가정한다면

모든 사람의 일생에서 변함없는 한 가지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입니다. 죽음, 자신의 일이든 가까운 사람의 일이든 그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그 마지막 앞에서 초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는 일이겠지요.

딸아이와 선풍기 바람을 쐬며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던 때였습니다. 휴대폰 진동과 함께 날아온 메시지에 깜짝 놀라 혼잣말로 ‘큰일 났다’를 연신 내뱉었습니다. 형에게 온 메시지에는 ‘엄마 뇌경색이래’라는 짧은 한 줄이 적혀있었습니다.

‘뇌경색이면 뇌졸중을 말하는 건가?’, ‘그 반신마비 같은 그거?’ 순간 큰일이 났음을 직감하며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이 전해준 이야기는 엄마가 지난주 두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뇌 MRI 촬영 결과 소뇌 혈류 중 일부가 막혀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겁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지금 어때?’


차분하게 설명을 다시 들으니 다행히 뇌의 작은 혈관이 막혀서 생긴 뇌경색이고, 또 불행 중 다행은 후유증이 어지러움이나 약간의 시력 저하 정도라는 것이었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효자도 불효자도 아닌, 그냥 무난하게 내 가족 꾸리고 걱정 안 끼치고 살고 있던 내가 지금은 마냥 불효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말 한마디 다정하게 전하지 못했던 짧은 통화들, 바쁘다며 자주 찾아뵙지 못한 지난날들이 큰 돌덩이가 되어 마음을 짓누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 환한 미소로 우리 가족을 맞으셨습니다. 손녀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며 여느 때와 같이 행복해하셨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로부터 약물치료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만 잘하면 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신이나 주변의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을 말이죠. 지금 당연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실은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가 내일 당장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삶의 의미를 잃고 기나긴 고통의 가시밭길을 지나야 할 테죠. 아마도 그 시간의 대부분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채워질 것입니다.

익숙함이라는 그늘을 거두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세요. 그러면 한결같은 미소로 나를 바라봐주는 소중한 이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조식뷔페 보다 한 그릇 북엇국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