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 숙소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요즘은 대게 조식뷔페를 제공하는 곳이 많죠. 다양한 먹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든든해지는 뷔페, 그런데 왠지 몇 접시를 비우고 나면 생각보다 먹을 게 없다는 생각에 속이 헛헛합니다.
한 번은 출장지 숙소에서 조식으로 한 그릇 북엇국이 나왔습니다. 뷔페가 아니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대부분 부른 배를 톡톡 치면서 만족스러워합니다. 저 또한 깔끔하게 비운 국그릇을 보며 뷔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먹거리도 다양하고 양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뷔페, 그런데 단초로운 한 그릇 북엇국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곰곰 생각해 봅니다.
일단 뷔페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큰 접시에 옮겨 담아놓고 보면 경계 없이 섞여버린 모습에 입맛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과식하게 돼서 종국엔 불쾌함 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한 그릇 북엇국은 아침식사에 딱 알맞은 정도의 1인분입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도 오징어 젓갈, 김치 정도이고요. 양껏 먹어도 한 그릇일 뿐이라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보기 좋은 음식들이 가득한 조식뷔페처럼 주위에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접시 하나에 마구잡이로 뒤섞인 듯한 재미의 잡탕 속에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그릇 북엇국을 보며 단출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한 끼가 주는 만족감처럼, 삶도 딱 소화시킬 정도로만 살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뭐든지 과잉인 세상입니다. 그리고 복잡합니다. 이럴 때 잊지 않고 그 한 그릇 북엇국을 떠올려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북엇국이 나온 전날 밤, 과음을 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