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속 작은 변화에 뜻밖의 즐거움을 느끼곤 합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출근길, 무심결에 플레이한 유튜브 채널에서 잔잔한 멜로디의 외국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늘 보던 출근길 풍경이었지만 그 노래 하나로 제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졌습니다.
마냥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다가 노래가 끝나갈 무렵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혹시 이 노래의 가사가 영어가 아니라 한글이었다면 어땠을까?’ ‘노래 가사를 이해하려다 내 즐거움이 흩어지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요.
처음 듣는 노래이기에, 더군다나 익숙하지 않은 영어가사였기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감정과 멜로디의 선율이 좀 더 날것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냉철한 시선으로 그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과 복잡해지는 사회 시스템들은 이런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죠. 실제로 감정이 배제된 냉철한 대응은 어찌 됐든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날 세우며 고수하는 차가운 대응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무한한 즐거움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요?
처음 듣는 외국곡이 흘러나온 그날 아침의 출근길은 저에게 이런 깨달음을 줍니다. ‘어떤 사람,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그것들이 주는 순수한 감동을 그대로 느껴보자!’ 그렇습니다. 때론 가사를 모르는 무지함이 그 노래가 전해주는 감동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을 ‘분석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취할 때 비로소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즐거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지(知)가 아닌 무지(無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때론 뭘 몰라야 진짜를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