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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Apr 15. 2024

건강을 위하여?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한 단체 손님들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모임의 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덕담과 함께 건배사를 합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6살 딸아이가 그 말을 듣고는 묻습니다.
“아빠, 저 아저씨들 마시는 게 뭐야?”
“어른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음료수야.”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차 묻습니다.
“그럼, 술을 마시면 건강해져?”

그러고 보니, 건강을 위해 술을 나눠마시는 모습이 이상하긴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할 때 가장 먼저 술을 끊습니다. 그런데 건강해지라며 술을 권하다니. 의아함에 돌아본 그 사람들의 표정은 한없이 즐거워 보입니다. 아마도 몸의 건강이 아닌 ‘마음의 건강’을 기원하는가 봅니다.

사람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해야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몸을 단련했더라도 마음의 병이 깊으면 집 밖을 나설 힘조차 없습니다. 반면, 강한 정신력만 있다면 여리여리한 몸으로도 수천 미터의 산을 가뿐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몸과 마음은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완성합니다.

물론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명상과 사색을 통해 정신까지 온화하게 할 수 있다면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인가요. 몸을 무리해가며 즐거움을 찾고, 드러누워 정신 수양만 하는 날도 있는 게 사람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이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때론 잘 단련된 한쪽이 다른 쪽을 보완해주기도 합니다. 기쁨과 환희가 신체의 고통을 줄여주기도 하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새롭게 보입니다. 건강을 위해 술을 나눠마시는 모순된 상황은 실은 함께 술을 나눠마시며 그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신건강 단련의 장’이 아닐까요? 물론,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아내의 매서운 눈빛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술은 정말 몸에 안 좋아. 많이 마신다면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아이가 말합니다.
“아, 아빠처럼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아내의 매서운 눈빛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물컵을 들며 아내에게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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