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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Mar 29. 2023

요즘 나를 살맛 나게 하는 보물 같은 여인들.


  

     나는 60 대 중반 액티브 시니어다.’

  내가 요즘하고 있는 본캐(주 업무)는 큰 딸 삼 남매, 손주 돌보미다. 손주들의 유치원 등. 하원을 책임지고 손주들의 건강, 영양, 안전, 정서적인 생활면에 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손주 돌보미 후 주어진 시간을 쪼개어 글쓰기 동아리 활동, 골프 운동, 라인댄스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 요즘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글쓰기 동아리 활동이다. 글을 이벤트성, 에피소드 위주로 쓰다 보니 박진감, 현장감은 있다고 생각하며 써왔다. 그저 보고, 듣고, 맛보고, 경험한 것들을 묘사하는 식으로 쓰는 데 한계를 느끼고, 점점 더 재미가 없어져 고민이었다. 거기다 더 이상 내 생각 근육이 커지지 않아서 많이 답답했다.  

  2021년 11월 코로나가 심한 때라 대놓고 대면 수업을 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광명 평생 학습원에서 열린 ‘나만의 부캐 만들기.’ 글쓰기 강좌도 현수막을 늦게 본 탓에 간발의 차이로 저녁 반에 승차했는데 오전반으로 옮겨졌고 운 좋게 이런 보물 같은 여인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대면 수업 2번에 비대면 줌 수업 10번인 수업으로 사실 1주일에 두 편씩 긴 글을 숙제로 내는 것은 벅찼다. 어찌어찌 6주간 수업을 끝내고 나니 오픈 채팅창에서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난 몇몇이 동아리 모임으로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난 일단 손을 들었다. 또 한 동생은 ‘저렇게 나이 든 분도 손드는데 뭐지?’ 하며 자기도 의사표현을 했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불특정 다수 모임에서 스스로 손들고 동아리 모임에 참여한 자가 7명이었다. 이렇게 사람의 인연은 살아가는 방법만큼 다양하다. 물론 글이 쓰고 싶어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으니 일단 목적은 동일한 것 같았다. 우린 동아리 모임도 ‘일단 글을 끄적거리듯 써보자.  글을 써서 열심히 쌓아 올려보자!’라는 생각에 근간을 두고 60대인 왕언니, 나와 30-40대 6명의 동생들로 구성돼 ‘글적글적 3456’이라는 이름도 탄생되었다.

 

  물론 처음엔 매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것이 부담백배였다. 매주 여행, 음식, 가족, 취미, 사진 등 공통 주제를 선정해서 7명이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들과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생각을 나누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비록 대면 모임은 아니지만 이런 코로나 시국에 하하 호호 깔깔거리며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무한이 기뻤다. 특히 내 글을 이렇게 관심 있게 읽어주고 합평해 주고 가이드라인까지 잘 잡아주는 글적글적 3456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홀딱 빠지며 사는 게 분명했다. 


 동아리 회원들과 매주 1번 2시간 줌 수업, 마지막 주엔 대면 수업, 자발적으로 활동한 지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몇 달 동안 글을 써내서 합평회도 하고 동생들의 격려와 지지, 배려, 관심을 가져주니 정말 고마웠다. 편안히 쉬고 싶어도 글감이 마구 생각났고, 글감이 요기조기 눈에 보이고, 동생들이 보내는 긍정 에너지 덕분에 신나게 쓸 수밖에 없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꾸자꾸 글이 쌓여가니 자연적으로 아이디어가 생기고 우리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생겼다. 서너 달 전부터 우리 모두 컴퓨터에 애로가 생길 땐 척척 해결해 주는 기획 일을 하는 막내가 구글독스에 각자 파일을 만들어주었다. 처음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구글독스라는 생소한 프로그램에 글을 올린다고? 새롭고 신기해서 순간 당황했었다. 하지만 막내가 안내해 준 프로그램은 상당히 편리한 것으로 정리된 공간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합평회를 시작했다. 직장 일로 바쁠 텐데. 나에겐 신문물인 컴퓨터에 관한 것을 신속히 해결해 주는 막내와 언제든 도서관 지원금 정산 같은 동아리 살림에 어려움이 있을 때 슬그머니 힘이 되어주는 ‘꽃 생활자님’ 무지 고맙다. 지금은 박물관 도슨트로 일하는데 너무 바빠서 잠시 쉬고 있는 우리 동아리 에너자이저인 한 멤버도 하루속히 복귀할 날을 학수고대한다. 이렇게 끈끈하게 글로 인연을 맺다 보니 내 속마음을, 고민을 더 많이 털어놓게 되어 실제로 남편, 두 딸보다 그들에게 나를 더 많이 오픈하게 되어 더 친숙해졌다.


  우리 7명은 각자 콘셉트(concept)를 정해 각자 방향으로 글을 써 책을 내는 게 목적이다. 난 손주 다섯 둔 흥 마니(흥이 많은) 할머니, 액티브 시니어, 영어 교사 시절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글을 써보자는 콘셉트(concept)를 잡았다. 우린 각자 공간 대여 ‘향유’, 하찮음의 힘, 나비, 기획자의 삶, 꽃 생활자, 박물관 투어 같은 콘셉트(concept) 잡아 글을 써간다. 그림과 글을 쓰고 그림책 동화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동생이 있다. 도서관을 밥 먹듯이 다니는 동생은 며칠 전 내가 생각났다며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하는 책 표지와 목차를 사진 찍어 보냈다. 얼른 보니 동생이 추천해 준 책이야말로 내가 책을 내는데 교과서 같은 지침서가 될 것 같아 정말 감사했다. 또한 나를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따스한 동생의 마음이 느껴져 한참 동안 기분이 들뜨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는 항상 그림과 글을 함께 써서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는데 나는 그녀의 충실한 독자다. 어느 날인가 도서관 가는 여정을 쓴 그녀의 그림과 글을 읽었고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나도 똑같은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아하 그녀가 여기 담쟁이덩굴로 덮인 담벼락을 그렇게 표현하고 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고 공유하는 과정 중에 이렇게 똑같은 공간을 바라보며 주변 색감도, 코끝이 쨍한 바람도 같이 느낄 수 있다니 이건 묘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각자 고유의 향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튀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는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그들은 겸손의 미덕,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지닌 멋진 여인들이다. 요즘 그들과 함께하니 나까지 덩달아 멋진 여인으로 발전되어 가는 느낌이어서 신나게 살아간다. 어제는 구름산을 산책하다가 우리 동아리 대장이 운영하는 ‘공간 향유’ 옆을 지나갔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하고 따스한 주황빛 불빛에 이끌려 저절로 발걸음이 향해졌고 사진 한 장 찰칵 찍어 채팅창에 올렸다. 우린 사진 한 장으로도 카톡을 주고받으며 감정을 나누고 한참 동안 깔깔거리며 행복해했다. 글을 통해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진솔한 마음이 전달돼 마음이 먼저 향하는 것 같다.


  문제는 나에게 있다. 합평회이다. 직장 일에, 육아에 힘든 젊은 엄마들이지만 합평회에선 진심이다. 난 그녀들처럼 비판적 시선, 사고력이 없어서 힘들다. ‘절대적인시간을 적게 들인 건가? 아냐,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좋은 글, 훌륭한 표현을 접하지 않아 서지.' 자책도 한다. 하지만 매번 모임 때마다 7개의 꽃다발을 안고 멋지게 등장하는 한 동생은 합평시간에 최고의 빛을 발한다. 대면 모임 때보니 그녀는 작은 수첩에 깨알같이 우리 동아리 회원 글 한 편, 한 편을 꼼꼼히 읽고 장점, 보완점, 문법적 오류까지 꼼꼼히 적어와 발표하고 있었다. 거기에 밑줄 좍 긋고 싶을 정도의 인상적인 문장까지 찾아와 발표했고 다른 회원들을 빵빵 터지게 하는 특유의 재치가 있다. 그녀 역시 현장에서 미술 수업을 하는데도 바쁜 시간 쪼개어 저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써온 걸 보고 너무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고 정말 부끄러웠다. 나는 비판적, 창의적인 사고력도 없는데 노력조차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우다니? 내 글만 꾸역꾸역 써내는데 그들은 내가 고민했던 부분을 콕콕 짚어서 명쾌하게 풀어주고 해결책도 내준다. 그들은 나의 훌륭한 멘토다. 나도 그들의 괜찮은 멘토가 되고 싶다. 요즘 1주일에 한 편씩 글을 구글독스에 올리다 보니 머릿속은 온통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녀들과 교류하고 있다. 1년이 되어가니 스스로 뿌듯해서 자축하고 싶었다. 난 주저하지 않고 우리 집에서 자축 파티하자며 제안했다. 그녀들과 따순 집 밥을 먹고 오랜만에 허리띠 풀어 제치고 회포도 풀고 싶다.

 

 요즘 내가 사는 맛에 그녀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난 파티 날 그녀들에게 나의 맛을 보게 해주고 싶어 각종 장아찌를 만들었다. 그녀들이 내가 준비한 것을 보고 까르르까르르 웃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친척도, 인척도, 친구도 아닌 불특정 다수 모임에서 횡재한 귀하고 고마운 인연! 모두가 상생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요즘 나를 더 살맛 나게 해 준다. 같이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해 보자는 공통된 목적이 있으니 난 간간히 힘들 때 거리낌 없이 ‘언니 요즘 많이 힘들어.’ 하고 툭 던져 털어놓을 수 있는 모임이 있다니 늘그막에 나에게 온 큰 복이다. 서로 힘들 때 진심으로 들어주고, 웃어주고, 에너지까지 주니. 이젠 ‘나 힘들다, 좋은 일이 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동생들, 나의 보물들이다.  동아리회원 7명의 보물 중 벌써 5명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동아리의 큰 자랑거리다.


         글적글적 3456 동아리 회원들은 줌 수업 중)

 

  우린 한 가지 꿈이 있다. 각자 책을 내서 북 콘서트를 따로 또 같이 여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꿈이 실현될 그날까지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꿋꿋하게 글 써보자.

보물 같은 동생들파이팅! ( 두 주먹 불끈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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