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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Mar 25. 2023

Seven up에 대한 나의 고찰.

 어느 날 여고 친구가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대접받을 수 있는

Seven up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놓았다. 내용은

1. Clean up

2. dress up

3. Shut up.

4. Show up

5. Cheer up

6. Pay up

7. Give up.


  작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남편이 허리 수술을 받았다. 사람을 못 만나는 상황, 병문안은 완전 차단되고 간병하는 내가 더 외로워서 전화보시, 카톡보시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계기로 일곱 가지 덕목 중에서 과연 나는 어디까지 지킬 수 있고 어디까지 포기할 건 포기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적어 가면서 체크해 봤다.

첫째 : Clean up. 이 항목은 물론 나에겐 x표였다. 항상 내 주변을 깨끗이 하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라고 하는 모양인데~~. 나는 아마도 정리를 잘하는 DNA는 타고나지 않은 듯하다. 나도 여느 친구들처럼 오만가지를 다 싸 짊어지고 있어서 항상 우리 남편의 질타의 대상이다. 둘째 딸은 한 가지 물건을 사면 그에 상응하는 물건 한~두 가지를 꼭 버려야만 정리가 된다고 훈수를 둔다. 나는 우리 집을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누가 조금만 치워주면 그 길로 쭉쭉 길을 내가며 잘 유지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다. 나 닮아서인지 우리 식구들도 뭔가를 치우고 정리하는 데는 맹탕이다. 내가 정리가 안 돼서 성질 부리면 남편은 치우지 말라며 선수를 친다. 암 튼 나는 이 덕목에 x 표를 까맣게 쳤다. 

둘째 : Dress up . 나는 옷 맞춰 입는 것에 너무 게을러서 이 덕목 또한 x 표를 쳤다. 이 덕목은 옷에 국한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화장하는 것, 머리 꾸미기, 구두, 양말, 그 당시의 마음자세까지를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더욱 때와 장소에 맞는 dress up을 하는 것도 인간사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음악회에 갔는데 옆 좌석 할머니가 연주자의 차림을 보고 "패션의 끝은 양말과 구둔데 쯧쯧" 라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장례식에 입고 갈 dress code가 있고 결혼식, 파티, 등산할 때 dress code가 각각 다르다. 지금은 정장구두 신고 조금만 걸어도 너무 불편해서 편한 신발 신고 가고 구두는 들고간다. 또한 무릎이 시려서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나 치마 입는 것은 꿈도 못 꾼다. 내 몸 편하자고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으로 가면 많이 불편하고 때론 상대방에게 폐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젊어서는 대충 그까이 것 아무거나 걸쳐도 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품새가 났다. 하지만 내가 일단 나를 위해 이 덕목에 투자까지 하기는 싫다는 얘기다. 난 쇼핑을 즐기지 못하고 1시간 이상 쇼핑하면 머리가 아프다. 남편은 Early adopter(새로운 물건이 나올 때마다 남들보다 먼저 구매하여 쓰는 사람)로 쇼핑몰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 저 꼼꼼히 탐구하는 스타일이다. 난 살 것만 메모해서 그것만 사고 오는 성향이다. 가성비, 가심비까지  좋은 옷을 자기 취향에 맞게 잘 사는 사람도 많다. 난 예쁜 옷을 입는 사람들은 몸매나 폼새가 원래 받쳐줘서 그리 예뻐 보이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내 지인들이 비교적 비싼 옷을 입기 때문에 품새가 났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 사실은 위대한 발견이었고 나에게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Dress up에 투자하는 것은 요 시점에서 X 를 또 칠했다.

셋째 : Shut up. 요 항목은 나 나름대로 공표를 쳐봤다.

난 어디 가서 조목조목 청중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말하는 재주는 없다는 걸 항상 통탄하고 살아가는 입장이다. 하지만 난 good listener ( 훌륭한 경청가 ). 나이 들어서 젊은이들의 말을 중간에 대꿍대꿍 끊어서 기 죽이며 대화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넷째 : Show up. 이 항목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고 할 말이 많은 항목이다. 어느 모임이나 강좌에 자진해서 시간이 허용하는 한 참여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예닐곱 개의 모임은 참여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감기도 덜 걸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연구를 익히 들어왔다. 이번에 새로 만난 글쓰기 동아리 모임도 그렇게 자진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난 무슨 의견을 제안할 때도 툭 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곤 했다. 지성미를 겸비한 젊은 여인들과 교류하다 보니 그들의 의사 표현 방법은 나하곤 상당히 달랐다. 뭔가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땐 "똑똑 " 하고 매너 있게 접근하는 모습이 엄청 멋져 보이고 귀엽기까지 했다. 나도 나중엔 그렇게 해야지~~.. 나는 Show up 부분에 내 몸 컨디션과 상황을 적당히 조절해 가면서 무리하지 않도록 활동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덕목에도 까맣게 공표를 쳤다.

다섯째 : Cheer up. 이 덕목 또한 지키고 싶고 욕심나는 항목이라서 공표를 했다. 모임, 공부, 운동을 하든지 어디서든 주변인으로 남으면 내가 일단 신명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주관자가 신나게 준비를 해줘도 나 자신이 집중해서 활동할 때 훨씬 더 성취감도 생기고 행복감이 배가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여섯째: Pay up. 이 덕목 또한 챙기면서 살아가고 싶은 욕심이다.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pay up 실천이 쉬운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해서 실천이 어려운 덕목도 아닌 것 같다. 난 이 덕목에 돈만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부모, 친구, 친척, 동료에게 따뜻한 말씀보시, 전화보시, 댓글보시, 공감하기, 카톡보시, 문자 보시 등, 우리 수준에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한다. 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나와 관계한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아파해주고 힘듦을 같이 보듬으면서 동참하는 그런 배려하는 마음까지를 이 pay up이라는 덕목에 포함시키고 싶다. 몇몇은 자기 자신한테 한 없이 관대하게 마음과 돈을 쓰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이나 친지에게 정말로 인색하고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조금씩 베풀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하면 Pay up을 자기 분수에 맞게 실천하라고 하고 싶다. 내 동생의 댁(남동생의 아내)은 pay up의 대표 선두주자다. 몇 달 전 그녀는 내 여동생과 안부 전화 중에 지방에 사는 여동생 손자가 아파서 서울로 치료받으러 다니는데 어렵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단 30초도 안돼서 자기 집에서 머물며 병원을 다니라고 권유했다. 마음의 빗장을 허문 이 한 마디, 조카며느리는 시 외숙모님이 어떻게 단 30초도 안 돼 시누이, 시누이의 아들, 손자까지 자기 집에서 선뜻 다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 며 절박한 마음을 알아준 그녀의 마음에 감동해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일곱째 : Give up. 이것 또한 나에겐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덕목이다. 예전부터 난 잔소리하는 것을 대비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뭘 바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그들에게 뭘 해줄 것이 없나 탐색하며 살아왔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강요보다는 타협이 먼저였고 싫다면 쉬 포기하도록 방관했다. 그래서 물론 잃은 것도 많았다. 우리 식구들은 맘에 없는 거 하라고 할 땐 금세 얼굴에 표가 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하기 싫은 것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텐데. 두 딸 키우며 이 덕목에선 부모로서 잘못한 것이 많다. 때론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면서 부모 자식 간에도 밀당을 잘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이것에도 크게 공표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친구가 올려준 글을 보고 나 자신을 성찰해 보니 일곱 가지 중에서 그래도 다섯 가지는 공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나 자신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친구 덕에 조목조목 따져 보는 맛도 괜찮았고 더욱 실천할 수 있는 항목에는 박차를 가하고 버리고 싶은 항목은 과감히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친구야 고맙다!!!!!!!!!!

너의 교과서 같은 글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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