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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Jun 02. 2023

내 삶의 활력소가 된 라인댄스

새마을 금고 창립 60주년 이벤트 글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오래전 연수 때 사교댄스를 배운 적이 있다. 파트너가 있는 사교댄스나, 스포츠 댄스는 상대방과 호흡, 스텝을 맞춰야 한다. 엇나가는 스텝과 순서를 정확히 익히지 못해서 파트너의 발이라도 밟게 되면 낯 뜨거워지고 부담이 컸다. 나이 들수록 신체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가나 춤은 특히 정신 건강, 육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늙음은 얼굴보다 마음의 주름살을 준다. 세상일에 흥미를 잃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도 마음에는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는 글이 내 마음에 감사하게 들어왔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세상일에 관심이 많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 배를 채우듯이, 나는 새로운 강연, 새로운 수업을 받아서 허기진 뇌를 채운다. 아파트 생활은 이웃집 간의 벽이 너무 높아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어렵다. 나이 들수록 집에만 있으면 고립되고 말할 상대가 고프다. 물론 나름대로 어울리는 그룹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여러 사람! 특히 같은 취미 활동하는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는 것도 좋다. 일단 관심사가 같아서 좋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토론할 수 있어서 좋다.


  라인댄스란 Line(선) Dance(춤)로 정해진 파트너 없이 여러 사람이 줄지어 춤을 추는 것이다.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몸의 유연성, 리듬 감각, 재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스텝이나 순서는 외워야만 한다. 고령화 시대에 춤, 특히 라인댄스는 비교적 중. 장년들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춤은 치매 예방에 최고의 운동이고, 근력 강화, 균형 감각 강화, 장운동, 낙상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약간씩 다른 스텝은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발재간을 쫓아가기가 정말 힘들다. 라인댄스는 특히 파트너가 없어서 쫓아가지 못해도 혼자서 허우적대니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않는다. 설혹 스텝이 엇갈려 서로 코 닿을 정도로 마주쳐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건 상대방의 몫이다. 그래도 새로운 작품을 만날 기대감은 항상 있다. 어떤 작품은 도가 있고 턴(회전)이 많아서 굉장히 어지러웠다.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여러 번 따라 하니 우스워 보이는지 수강생들은 흰 머리띠를 두르고 하라며 놀린다. 그런 놀림도 싫지 않다. 어려운 작품도 여러 번 따라 하니 머리 싸매는 빈도가 차츰 줄었다. 어느 날 또 연습하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선생님께 “혹시 720도 회전하냐?”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박장대소하며 360도 돌고 다시 90도 회전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두 바퀴를 도니 어지럽단다.




  이 수업의 강점은 신나는 음악이다. 라인댄스 수업은 신나는 음악으로 시작하니 대부분 짜증 내지 않고 틀리면 틀린 대로, 착착 맞으면 맞는 대로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런 현상은 곳곳에 턱 하니 버텨준 발재간이 현란한 선배님들의 재능기부 덕분이다. 그들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춤에 빠져드는 수강생들 모습이 모두 예쁘다. 사실 선생님은 과장되고 현란한 자세로 춤을 추시니 초보 수강생인 우리가 따라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수업에는 수년간 이 선생님과 함께 수업해 온 새끼 선생님들! 발재간이 능수능란한 선배님들이 앞뒤, 네 군데에 턱 하니 버티고 시범을 보인다. 우리는 그분들의 자세나 스텝을 목 길게 빼고 따라 하느라 가자미 눈이 된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가자미 눈을 바삐 굴린다. 사실 그 선배님들도 바쁜 시간 쪼개어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해서 계속 들어오는 신입회원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 선배님들은 무슨 곡이든 전주 몇 마디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첫 스텝을 보여주는데 정말 기가 막힌다. 가끔 너무 힘들어 잠깐 앉아있으면 환하게 미소 띤 얼굴로 따라 하라는 격려의 눈길과 손길을 보낸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배님들이 적재적소에 딱 버티고 있으니 자연히 도태되는 회원이 적다. 또한 그분들은 언제라도 도움을 청하면 손잡고 스텝을 쉽게 가르쳐 줘서 수업의 완성도도 높고 훨씬 재밌다. 어느 날 수업 끝나고 커피 마시다가 몇 군데가 잘 모르겠고 스텝이 꼬여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선배는 솔직히 어디 넓은 공간 있으면 손잡고 가르쳐 주고 싶단다. 그럴 정도로 장소, 시간 불문하고 가르쳐 주고 싶은 열정 가득한 선배님들이 있다.




   또한 라인댄스는 다양한 음악으로 접근해서 더 신나고 가끔 스텝이 눈에 살랑살랑 아른거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릴 때,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기다릴 때도 살랑살랑 스텝을 밟고 있는 회원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그럴 땐 우린 서로 야릇한 미소를 날린다. 라인댄스 음악은 가요. 트롯. 팝송 때론 차차차, 탱고, 왈츠, 룸바, 스윙까지 다 알진 못하지만, 그런 음악이 머릿속에 가득 찰 땐 힐링이 된다. 난 음악을 좋아하지만, 따로 시간 내서 들을 정도로 여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선택한 라인댄스 곡 제목을 플레이리스트처럼 머릿속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정리해 둔다. 음악을 연상하면 스텝도 순서도 더 잘 외워질 거라는 착각에 빠진다. 댄스곡 이름을 아는 것은 수업에 도움이 많이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댄스곡 제목을 외우게 된다. 나에게 음악이 주는 힘은 무지하게 크다. 음악을 기억함으로써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스텝이나 순서를 붙들어 맨다. 극성스럽고 호기심 많은 나는 가끔 수업 중에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땐 즉시 핸드폰 켜고 음악을 검색한다. 대부분 곡목이 바로 뜨고 궁금증이 확 풀린다. 그러면 머릿속으로만 굴렸던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후련해진다.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또 하나 발견했을 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성취감과 황홀감이 밀려온다. 일단 음악이 귀나 몸에 익숙하면 수업이 쉽고 배우는데도 편안하다. 몸에 착착 안기는 리듬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동으로 몸이 반응하니 이런 걸 보면 우습고 신난다. <써니>, <우연히> <That‘s  how  much  i  love  you> 같은 곡에 맞춘 댄스는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가서 맘껏 흔들었던 추억을 소환한다. 그렇게 우린 숨을 할딱거리며 라인댄스 수업 시간을 하얗게 불태운다.


  나는 요즘 우연히 알게 된 라인댄스 수업으로 머릿속이 시원하고 많은 잡념과 번뇌가 사라졌다. 정신과 육체에 젊음을 안겨준 라인댄스를 만나서 신나고 행복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따로 있겠지만 집에서 외롭고 심심한 분,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분, 운동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분, 한바탕 신나게 웃고 싶은 분들! 라인댄스에 빠져서 몸과 마음을 충전시켜 보실래요? 이렇게 음악과 춤으로 노년의 삶을 즐길 기회를 주는 문화 서비스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한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국민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해진다. 이런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동부 새마을금고는 고객에게 아주 큰일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좋은 혜택을 받아 건강하고 신나는 삶을 살기 바란다. 그런 기회를 준 광명시 하안동 동부 새마을금고에 아낌없는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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