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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석 Sep 19. 2022

대한민국 정통사관, 대인 잡는 소인배

건국신화 제3장(2편)

 인촌의 또다른 민족자본 사업으로서, 국가 경제력의 근원을 제조업으로 보고 <경성방직>을 설립한 것이 있다. 막대한 자금수요와 일본제품과의 경쟁력 부족 등의 악조건 하에서 일제의 온갖 핑계로 인한 설립허가 불허에도 강인한 의지로 설립에 성공하였다. 

  주익종은 경성방직의 성공비결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 출발부터 민족기업으로서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설립 초기의 금융사고(삼품사건)로 납입자본금 절반의 손실을 보았지만, 김성수는 사업을 그만두자는 임원들을 설득하고 부모를 설득해서 눈물겹게 자금을 구했다.

 둘째, 회사를 탄탄한 재무제표를 기초로 해서 운영하였다. 물론 김씨가의 재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셋째, 선진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익혔다. 고등공업학교 출신들을 일본에 파견해서 기술교육을 받게 했다. 

 넷째, 경영진은 한국 최고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잠재적 자질을 갖추고 있었고, 실천력과 책임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다섯째, 총독부에 대한 교섭능력과, 대중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실은 호소력과 선전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경성방직의 태극성 상표)[1]


                            대인 잡는 소인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기관의 온갖 행패와 협박을 견디며, 자금마련을위해 부모에게 눈물로 간청하여 민족사업을 하는 갑부가 진정 있는가. 

 천성이 먼저 나서지 않고, 말주변도 뛰어나지 않았던 인촌은 묵묵히 뒷자리에 있으면서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앉혀 오로지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인생을 살았다. 자신의 주사업이었던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의 교사신축에는 일제와 서양 건축에 버금가는 건물을 위해 자금을 아끼지 않았고 스스로 노동의 힘을 보탰다. 

 이렇게 인촌이 육성한 민족교육기관, 민족언론, 민족기업에서 배출된 수많은 우수인재들이 조국의 광복과 함께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임시정부의 인사들은 한민당을 친일과 부일 단체라며 여러 차례 모욕하였는데, 신익희도 김성수에게 ‘일제 하에서 사업을 하려면 친일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냐’며 모욕해도 그는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 후일 신익희는 이 일을 크게 후회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었고, 이승만독재에 반대하여 인촌과 힘을 합쳤다.[2]


 인촌의 친일행위로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그의 이름으로 게재된 글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앞의 글에서 소개한 조만식의 경우처럼 이름을 빌린 대필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서 김성수의 경우에도 그러한 정황이 남아 있다.

 실제로는 <매일신보>기자였던 김병규가 글을 쓰고 유진오가 최종 검토했다는 것이다. 신문이 발행된 후, 문체가 인촌의 것과는 너무나 달랐기에 그의 지인들은 모두 본인의 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3]

 또한,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은 억울한 희생자로 강조하면서도, 강제 동원된 연설가들은 친일 부역자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한 평가일 것이다. 

 중앙학교에서 인촌을 직접 지켜보고 경험한 백세의 철학자 김형석선생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의 나이가 되면서 다시 한번 과거를 돌이켜 본다.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사라져 버린다. 더불어 산 데는 행복이 있었다. 그러나 민족과 국가를 위한 마음과 정성은 버림받지 않는다. 인촌은 나에게 더불어 삶의 지혜와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를 일깨워 준 분 중의 한사람이다.’[4]



          

[1]백완기, 위의 책, 98쪽 

[2]김원, <젊은 대한민국사:건국>, 2015, 230~236쪽 

[3]김학주, ‘민족 선각자 인촌 김성수 선생 이해하기', 2020,<인촌 김성수>, 214쪽

[4]김형석, ‘나라와 민족의 큰 어른’, <인촌 김성수>,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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